한반도를 둘러싼 오랜 긴장과 대립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한국 정부의 새로운 평화 구상 속에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는 바로 이러한 냉전적 상황을 끝내고, 나아가 세계 평화와 번영에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의 표현이다. 이는 단순히 남북 관계 개선을 넘어, 한반도에서의 냉전 종식을 선언하고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기여를 다짐하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E.N.D 이니셔티브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정책이다. 이는 그동안 한반도 문제 해결을 가로막아왔던 근본적인 장애물들을 정면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먼저 ‘교류’는 인적, 물적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불신을 해소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통해 남북한 주민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과거의 적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관계 정상화’는 이러한 교류의 확대를 바탕으로 남북한 간의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제도적인 관계 개선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군사적 충돌 위험을 줄이고, 서로를 인정하며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한반도에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 된다.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하여, 더 나아가 국제 사회의 안보를 위협하는 핵무기 확산을 막고 군축을 실현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E.N.D 이니셔티브는 한반도에서의 냉전을 종식시키고,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증진, 관계 정상화를 통한 긴장 완화, 그리고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인 평화 정착이라는 단계적인 접근은 현실적이면서도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만약 이 이니셔티브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한반도는 더 이상 갈등과 대립의 장이 아닌, 평화와 번영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오랫동안 염원해온 비전이며,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더욱 당당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