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주민들의 상호 간 이해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다리’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인식이 제기된다. 개인의 삶과 지역 사회의 발전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주민들이 서로 안전하게 연결되고 교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처리를 넘어, 지역 사회의 튼튼한 발전을 위한 든든한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최근 국가공무원 공개 채용 시험일이었던 지난 4월 5일, 시험장의 풍경은 예년과 다름없이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비록 필자는 출장으로 인해 직접 응시하지 못했지만, 감독관으로 참여한 동료 주무관의 전언을 통해 많은 응시생들이 시험에 임하는 진지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현장은 7년 전, 필자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당시의 치열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필자는 집과 독서실만을 오가며 합격만을 바라보던 시간을 보냈으며, 합격 후에는 어떤 어려움에도 웃으며 대처하고 민원인을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해, 필자는 두 차례의 면접 기회를 얻었으나, 긴 기다림 속에서 손발이 차가워지는 긴장감을 느껴야 했다. 면접관 앞에서 “가장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것만큼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다짐했던 말”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7년이 지난 현재, 당시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필자는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증명서 발급과 전입신고를 처리하는 민원 담당 공무원이 되어있다. 뒤늦게 자신이 했던 말의 무게와 지키기 어려움을 깨닫고, 때로는 ‘나만 이렇게 어려움을 느끼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무원이 되고자 했던 이유와 현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각자의 가치관과 지향하는 목표는 달랐지만 신규 공무원 시절에는 필자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열정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읍행정복지센터에서의 일상은 분주하다. 매일 수많은 주민들이 민원인으로서, 혹은 직능단체 회원으로서 센터를 방문한다. 이들의 방문은 때로는 훈훈한 출생신고, 때로는 무거운 사망신고로 이어지며, 필자는 민원인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직접 마주하며 책임감을 느낀다.
최근 산불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필자를 포함한 직원들이 주말에도 산불 예방 활동에 나서야 했다. 마을 순찰을 하며 주민들에게 산불 예방 및 대응 요령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비록 마을 지리에 어두웠지만 덕련리, 당우리 일대의 지형을 꼼꼼히 살피고 성묘객들에게 산불 예방 홍보지를 배포하며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되새겼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 작은 노력이라도 보태는 것이 공무원의 의무임을 느낀 것이다. 또한, 각 기관에서 이어지는 성금 기부는 우리가 사는 지역 사회가 서로 돕고 보듬는 공동체임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그 안에서 공무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7년간의 공직 생활을 통해 필자는 공무원이란 결국 주민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삶의 건너편으로 나아가, 서로 만나고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존재 말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필자는 단순히 벽을 더듬으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튼튼한 ‘돌다리’가 되어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