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 부대에서 강연 의뢰가 부쩍 늘고 있다. 이는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헌신해 온 군인들이 정치적 여론이나 대중의 목소리에 상처 입고 혼란과 불안을 겪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년 같았으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강연 요청을 거절했겠지만, 올해는 군인들의 간절함과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여 몇 차례 강연을 다녀왔다. 이러한 강연의 시작은 늘 “군인은 무엇을 먹고 사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이는 단순히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수행하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와 가치를 묻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뛰어드는 군인이나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이 왜 그런 위험한 일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연결된다. 이들이 힘든 일에 비해 보상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마치 최고급 쇠고기가 한우든 미국산이든 맛이 있듯, 보상의 질이 아니라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데서 오는 동기 부여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과거 미군 부대에서 최고급 쇠고기가 보급되어 스테이크 맛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처럼, 세상과 국가, 국민들이 군인과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가치’를 부여하고 존경을 표할 때, 그들은 큰 자부심과 함께 임무를 수행할 동력을 얻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소방관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로 꼽히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존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역사적으로 아폴로 11호 프로젝트 당시 NASA의 한 청소부가 “저는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자부심을 갖고 답했던 것처럼,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인식하고 자부심을 가질 때,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군인들 역시 나라와 사회로부터 그들의 헌신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존경받을 때, 내면의 혼란과 상처를 치유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회복하여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멋진 스토리를 만들고, 누구도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멋진 대답’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신영철 교수는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 10여 년간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직장인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힘써왔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