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취약 계층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 0.32%포인트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예측되는 이번 정책은 내수 진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7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31조 8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기반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 계획은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1차 지급은 7월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국내 거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최대 40만 원까지 차등 지급되며, 2차 지급은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 1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여, 최종적으로 1인당 최대 55만 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소비쿠폰의 사용처는 지급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은 경우, 해당 지자체가 지정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며, 가맹점 정보는 지역사랑상품권 앱이나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용·체크·선불카드로 지급받은 경우에는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전통시장, 동네마트, 약국, 음식점 등 지역밀착형 업소에서의 소비를 유도하려는 취지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특히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혜택을 집중하여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그룹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접근이다. 한계소비성향은 추가 소득 중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을 의미하며, 소득이 낮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일수록 추가 소득을 생활필수품 구매 등 즉각적인 소비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계층에 재정 지원을 집중하면, 동일한 규모의 재정 투입 대비 소비 확대 효과, 즉 재정승수를 극대화하여 보다 효과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의 사용처를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할인점, 백화점, 면세점 등 대기업 유통 채널에서의 사용은 제한된다. 또한 쿠팡, 네이버쇼핑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배달앱에서도 원칙적으로 쿠폰 사용이 제한된다. 이러한 사용처 제한은 소비가 지역 경제로 흘러들어가도록 유도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정책 설계 측면에서는 소비쿠폰의 사용 기한을 11월 30일까지로 명확히 설정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는 가계가 지원금을 저축하기보다 즉각적인 소비로 연결하도록 유도하여,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신속한 소비 확대로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경에서 민생회복 지원금으로 편성된 13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에 대한 경기부양 기대감은 상당하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최대 36%에 달하는 소비 창출 효과를 기록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추경이 집행될 경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14~0.3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KDI 등 국내외 경제 전문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8% 내외로 예측하는 상황에서, 이번 소비쿠폰 지급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다.
정책 효과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경기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영세상인이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업종별·규모별 할인율을 세부적으로 조정하여 소비 촉진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일회성 소비 촉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소비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소득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자영업자의 고정비용을 경감하며, 지역 경제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구조적 지원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는 단발성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복합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소비는 단순한 경제 활동의 결과물이 아니라 국민의 심리 상태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이 단기적인 소비 활성화를 넘어 국민에게 정책에 대한 신뢰와 미래의 안정감을 제공한다면, 이는 지속 가능한 민생회복을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소비쿠폰 정책은 다른 부처와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더욱 큰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비수도권 및 재난 피해 지역 숙박시설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숙박할인권 사업과 연계될 경우,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이 서로 연계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 소상공인 보호, 취약 계층 지원 등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신호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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