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역대 최악이라 평가받는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출범을 맞이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내수 경제 침체, 0%대 경제성장률 예고, 통상 환경 악화, 껄끄러운 주변국과의 외교 복원 등 산적한 난제는 이재명 정부 앞에 놓인 ‘문제’였다. 내란 극복을 위한 대대적인 특별검사 수사가 윤석열 정권 인사들에게 집중되고 야당은 정치탄압을 외치는 긴장과 갈등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위기 극복을 이끌어야 하는 중차대한 역할이 주어졌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정의를 위한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를 표방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대선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하며 견고한 반 이재명 정서를 확인했던 만큼, 이재명 대통령은 진영을 망라한 국민적 지지가 국정 추진의 동력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취임 연설에서 ‘모두의 대통령’을 강조하며 중도층을 만족시키고 보수층을 포용하려는 실용주의 노선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사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드러나, 윤석열 정부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능력 중심의 인사를 선보였다. 시민추천제 도입으로 7만 4천여 건의 추천을 접수하고 국민이 추천한 후보군에서 공직자를 임용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있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 질의응답 과정 공개, 국무회의 전체 과정 공개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섰다.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 중재, SPC 공장 산업재해 현장 방문 및 해결책 모색, 반복되는 산업재해 관련 국무회의에서 건설면허 취소 등 실질적 대책 제시, 외국인 노동자 학대 사건 언급, 이태원 참사 유가족 면담, 산림청 책임 문제 지적 등 국민들이 새 정부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발로 뛰었다. 이러한 노력은 여론조사에서도 긍정적으로 나타나, 취임 한 달 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64%의 긍정평가를 기록하며 대선 득표율보다 15%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였다. 9월 첫째 주 조사에서도 63%의 긍정평가를 유지하며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으로부터도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100일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오광수 민정수석의 재산 증식 의혹 사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의 논문 표절 및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는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과거 당대표 시절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들의 대거 중용은 보은 인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8·15 특별사면 역시 위기 순간이었다.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 그리고 뇌물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야당 부패 정치인의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하게 일며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56%까지 하락했다.
이재명 정부의 100일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호평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진정한 과제는 이제부터다. 현재 국민들이 새 정부에 대해 우호적인 기대를 보내고 있지만,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경제 지표가 다소 호전되었으나 서민 체감 경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으며, 높은 실업률과 1% 안팎의 성장률 전망, 대기업 해외 공장 이전으로 인한 고용 시장의 구조적 한계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대통령이 협치를 이야기하지만 여당의 야당을 대화 상대로 보지 않는 강경기조, 야당에 대한 특검 수사의 장기화, 주변국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 난항 등도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문제’다.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인 체포로 인한 한미 관계 긴장, 통상 압력,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비 증액 압박 역시 난제다.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대 진영을 설득하며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이후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처럼, 정부는 이제 유능함을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곧 통과될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바탕으로, 눈에 띄지 않던 장관들이 앞장서야 할 때다. 정부 선의에 대한 호평은 10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