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돌봄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장기요양시설의 획일화된 서비스와 공급자 중심의 운영 방식은 입소 어르신들의 존엄성과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실상 ‘의미 없는 매일’을 보내게 만든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표출될 만큼 심각하며, 어르신들이 시설 생활을 ‘견디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유니트케어’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유니트케어는 10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을 하나의 생활 단위(유니트)로 묶어, 마치 가정집과 같은 환경에서 개별화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 공급자 중심의 의학적 치료와 획일화된 서비스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 노인요양시설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용자 중심의 ‘집’과 같은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 일본이 1990년대 후반 유니트케어를 도입한 결과, 어르신들의 활발한 여가 및 교류 활동이 증가하고 요양보호사의 돌봄 근무 강도는 감소하며 보다 세심한 돌봄이 가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설 생활 어르신들의 지역 공동체 유대감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우리 정부 역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제시하고, 2024년 3월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는 등 적극적인 도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5년 7월 제2차 시범사업 운영을 위해 4월 중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모도 예정되어 있어,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전국 약 6,000개에 달하는 장기요양기관이 모두 유니트케어를 즉시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상가 건물에 임차 운영되는 공동생활가정이나 개별 건물을 건축한 대규모 요양시설의 경우, 기존의 편복도형 내부 평면 구성을 개인실 중심으로 변경하고 유니트 구성 및 인력 배치를 충족시키면서도 시설 운영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할 때 밥을 먹고, 내가 원할 때 활동하는 것’이 시설 생활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이라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유니트케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은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시급히 정착되어야 할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전국에 확산된 기존 장기요양시설의 특성을 고려하여, 직접적인 유니트케어 적용이 어려운 경우 ‘준유니트케어’라도 적용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가 유니트케어의 필요성을 조속히 공감하고 경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또 다른 장소로서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할 때, 비로소 ‘Aging in Place’, 즉 어르신들이 익숙한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고도 편안하게 살아가는 노년의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