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어르신 돌봄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현재의 획일화된 시설 중심의 돌봄 서비스는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사생활, 존엄성, 즐거움 등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기존 노인요양시설들이 공급자 중심의 의학적 치료와 획일화된 서비스에 중점을 두면서, 어르신들은 마치 “의미 없는 매일”을 보내거나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어르신들이 자신의 집과 같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며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유니트케어’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유니트케어는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10명 정도를 하나의 생활 단위(유니트)로 묶어 유니트별로 요양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기존의 다인실, 복도형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실과 거실, 프로그램실이 집과 같이 구별되고 연계된 소규모 생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어르신이 원할 때 식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일정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생활 패턴에 돌봄을 맞추는 인간 중심의 돌봄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일본의 유니트케어 도입 이후, 시설 생활 어르신들은 침대에서 벗어나 거실과 개인실에서 활발한 여가 및 교류 시간을 증가시켰으며, 요양보호사들의 돌봄 근무 강도 감소와 함께 보다 세심한 요양돌봄 제공이 가능해졌다. 또한, 유니트케어 시설로 전환되면서 지역의 소규모 다기능 서비스 거점과 연계되어 시설 생활 어르신의 지역 공동체 유대감 향상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러한 유니트케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제시했으며, 2024년 3월에는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며 국가적 지원에 나섰다. 2025년 7월에는 제2차 시범사업 운영을 위해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는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유니트케어를 서둘러 정착시켜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약 6000개에 달하는 기존 장기요양기관이 모두 유니트케어를 즉시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상가 등의 근린생활시설을 임차하여 운영되는 9인 이하의 공동생활가정이나 개별 건물을 건축하여 운영되는 30인 이상의 요양시설들은 기존의 편복도형 내부 평면 구성 변경, 개인실 중심 편성, 유니트 케어를 위한 인력 배치 요건 충족, 제한된 공간 내 집과 같은 생활 공간 조성 및 수익 유지라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어르신들은 시설운영 일정에 자신을 맞추는 것보다 “내가 원할 때 밥 먹고, 내가 원할 때 활동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시설을 퇴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전국에 확산된 기존 장기요양시설이 유니트케어를 직접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준유니트케어’와 같은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지원하고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가 유니트케어를 보다 빠르게 경험하고 필요성을 공감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또 다른 장소로서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하고, 궁극적으로는 어르신들이 살던 집과 같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는 ‘Aging in Place’ 실현을 견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