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17년 만의 한일 정상 간 합의문은 양국 관계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만남을 넘어, 과거의 앙금을 넘어 미래 지향적인 협력 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직전 일본을 방문하여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절묘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되며, 이는 한국의 대미 협상력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수행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의 기조를 고려할 때, 한국이 주도적으로 일본과의 협력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은 대미 협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된다.
실제로 8월 25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공고한 한일관계 구축이 한미관계 및 한미일 관계와 선순환 관계에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성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며 한일 협력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토대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향후 ‘트럼프 2.0’ 시대에 한일 간의 대화와 협력이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은 대미 관계에 있어서 관세, 통상 문제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적 차원에서도 인식을 공유하는 ‘동병상련’의 파트너 관계에 있다. 즉,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 면에서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전략적인 이해와 이익을 공유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이번 한일 정상 간 대화에서도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경험을 이 대통령과 공유하며 대미 협상의 지혜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쿄와 워싱턴 일부에서 존재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반일·친중 성향에 대한 의심과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전격적인 방일과 미래 협력 및 상생을 합의한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대일 실용 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으며, 일본 언론 또한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회담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논평을 쏟아냈다. 더욱이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와 징용공 합의 등 과거 국가 간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한일관계의 신뢰와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양자 관계 자체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는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로, 지난 60년간의 한일관계를 성찰하고 글로벌 질서 변환에 걸맞은 대일 관계 설정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이번 방일은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행보로 기록되었다.
17년 만에 발표된 정상 간 합의문에는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을 포함한 대화 채널 활성화 ▲워킹홀리데이 확대 등 젊은 세대 교류 촉진 ▲사회·경제 정책 분야 협력 틀 수립 ▲북한·안보 문제 공조 ▲국제 무대에서의 긴밀한 협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선언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잇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의 밑그림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했다. 현재 일본 정국은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실각 위기에 처해 있지만,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이시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생 협력의 청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울러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하며 개선된 한일관계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데 이번 회담은 크게 기여했다. 잦은 지정학적 위기와 미·중 패권 갈등 구도 속에서 상당 부분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한일이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이번 정상 간 만남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 외교, 즉 ‘앞마당을 함께 쓰고 있는 이웃’과의 전략적 협력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정상회담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