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상황은 미래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준비금이 고갈될 경우 불가피하게 대폭적인 보험료 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미래세대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래세대는 결코 빈 곳간을 물려받아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 가중의 배경에는 건강보험 지출의 급격한 증가세가 자리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연평균 8.1%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평균 1.8%)이나 미국 등 의료비 지출이 많은 선진국의 증가율(2022년 4.1%)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급격한 진료비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를 상회하며, 이들이 전체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고령화 심화는 필연적으로 진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산정특례 확대, 본인부담 상한제 강화,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그리고 1회 투여에 19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졸겐스마와 같은 고가 신약의 급여화는 건강보험 지출을 상당 부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필수의료 분야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공급 구조개혁 또한 추진되고 있다. 분만, 소아, 응급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과 더불어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혁, 포괄2차병원 지원, 필수 특화 분야 지원 등 향후 3년간 약 10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이 예정되어 있다. 어린이병원의 적자 100% 보전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시범사업 또한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국민들이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로 판단된다.
최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재정적 부담 증가가 논의되었으며, 모든 위원들이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 과거부터 보험료 동결 주장의 근거로 준비금 충족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현재는 진료비 증가 추세로 인한 적자 전환 가능성을 강조하며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2024년 건강보험 지출은 97조 3626억 원이었으며, 당시 준비금은 29조 7221억 원으로 급여비의 3.8개월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33년에는 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예측은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 발생 시 건강보험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준비금이 고갈된 후에야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는 상황은 현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중장기 재정 수지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성을 내포하지만, 과거 추세와 인구 구조 변화와 같은 거시적 요인을 기반으로 한 예측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근거가 된다. 준비금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향후 수익 증가가 불확실하거나 이를 확신할 수 없다면, 적극적인 변화를 통한 재정 건전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 지출은 보장성 강화 및 구조개혁 정책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고령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감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경제 성장이나 근로인구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외부 요인이 뒷받침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수입 증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현재의 보험료 동결은 현실성이 없으며, 보험료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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