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미래 노후 생활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통계상으로는 일본 등 선진국보다 가구당 순자산이 많게 나타나지만, 실제 자산 구성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기준 주요국 가구당 순자산 통계에 따르면, 구매력평가환율로 계산한 우리나라의 가구당 순자산은 62만 달러(약 8억 4800만 원)로 일본의 52만 2000달러(약 7억 1400만 원)를 상회한다. 시장환율로 계산해도 우리나라는 44만 3000달러(약 6억 6000만원)로 일본의 42만 1000달러(약 5억 7600만원)보다 많다. 이는 일본이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자본 축적을 시작하고 선진국에 조기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이다. 바꿔 말해, 우리나라 가계가 일본 가계보다 부유하다는 통계적 수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무려 75%를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으며, 금융자산은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세대 가구의 경우, 부동산 자산 비중이 80~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가계 자산의 60~70%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부동산 비중은 30~40%에 지나지 않는 것과 정반대의 자산 구조이다. 즉, 우리나라 가계는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묶어두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자산 편중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통계상 부자로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위험을 내포한다. 일본이 수년 전 경험했듯, 인구 감소, 고령화, 경제 불황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부동산 가격의 장기 하락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한국은행의 2023년 기준 토지 자산 규모는 1경 2093조 원으로, 남한의 넓이가 일본 열도의 약 4분의 1임에도 불구하고 땅 넓이가 4배 가까운 일본의 토지 자산 규모(1348조 엔, 약 1경 1593조 원 ~ 1경 2941조 원)와 비슷하거나 더 큰 수준이라는 점은 우리나라의 땅값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극심한 부동산 버블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일본의 택지 지가 지수는 1991년 최고점을 찍고 2012년까지 크게 하락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일본인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인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일본인들은 ‘집 없어도 괜찮다, 빌려 살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며, 수억 원의 금융자산이 있더라도 무조건 집을 사기보다는 자산을 다른 곳에 활용하는 것을 고려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적은 자본으로도 대출을 통해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본 역시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버블기에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농경문화의 영향과 신분 상승의 상징으로서 내 집, 내 땅에 대한 집착이 강했으나, 집값 하락, 인구 감소, 고령화, 경제 불황을 겪으면서 인식이 점차 바뀌었다. 일본의 도시화 과정과 베이비붐 세대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마무리된 것도 이러한 인식 변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이러한 경험을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전국 평균 도시화율은 90%를 넘어섰으며, 제2차 베이비붐 세대의 내 집 마련 수요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저출산, 고령화는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부동산 편중 자산 구조는 10~20년 후 노후 생활에 심각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단기적인 부동산 시장 전망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노후 대비 자산 관리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므로, 자산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갖고 있는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면 부동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며, “퇴직 무렵에는 선진국 수준까지는 못 가더라도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반반 정도는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과도한 부채를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바로 노후 대비 자산 관리의 핵심 원칙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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