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옷장 안은 사계절 옷들로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 복잡함을 정리하고자 시작된 옷장 정리는 예상치 못한 보물들을 발견하게 했고, 그중 어린 시절 ‘이재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초등학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직접 만든 우표 책받침은 잊고 있던 추억을 소환한다. 이는 1990년대, ‘우표 수집’이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도 흔히 이야기될 만큼 대중적인 취미였음을 보여주는 단서이다. 당시 기념우표 발행일이면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우표 수집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이는 빵을 사면 나오는 캐릭터 스티커 모으기가 유행했던 최근의 현상과 비견될 정도로 높은 위상을 지니고 있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손편지가 점차 사라지고, 그에 따라 우표를 접하거나 우표 수집가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현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우표 수집은 여전히 충분히 매력적인 취미로 남아있다. 보관이 용이한 작은 부피,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가격, 그리고 매년 새롭게 발행되는 다채로운 디자인의 기념우표들은 수집의 즐거움을 더한다. 국내 우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면 해외의 우표로 시야를 넓혀 얼마든지 수집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은 우표 수집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보여준다.
우표는 그 쓰임새에 따라 크게 ‘보통우표’와 ‘기념우표’로 나뉜다. ‘보통우표’는 우편 요금 납부를 주된 목적으로 하며, 소진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행되는 반면, ‘기념우표’는 특정 사건이나 인물, 자연, 과학기술,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기념하기 위해 발행되며, 발행 기간과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 보통우표보다 희소성을 가진다.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기념우표는 우정사업본부의 고시에 따라 매년 10~20회 정도의 다양한 주제로 계획되어 발행된다. 실제로 2025년에는 총 21종의 기념우표 발행이 예정되어 있으며, 지난 5월 8일에는 가정의 달을 기념하는 ‘사랑스러운 아기’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더불어 우정사업본부의 기념우표 외에도 각 지방 우정청, 우체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기념우표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기념하여 강원지방우정청과 강원일보사가 협력하여 발행한 우표첩 ‘찬란한 강원의 어제와 오늘’은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기록으로서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태백우체국에서 발행한 ‘별빛 가득한 태백 은하수 기념우표’와 올해 4월 양구군에서 발행한 ‘양구 9경 선정 기념우표’는 강원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며 지역 홍보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한 우표가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린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때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우표가, 다시금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의미를 선사하는 존재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풀어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비록 우편함과 편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현재 우체국은 수많은 이야기와 택배들로 가득하며, 그는 이 속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듣고 이를 동화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