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을 방문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예측 가능한 국제질서 구축에 기여할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유엔 외교 일선에서 활동했던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전 유엔대사)은 5년 단임제 한국 대통령에게 취임 첫해 유엔 총회 참석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매년 9월 열리는 유엔 총회는 193개 회원국 중 약 150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정상급 회의로, 새 대통령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이번 유엔 방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인공지능(AI)과 국제평화·안보’에 관한 토의를 직접 주재하게 된다. 이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9월 의장국을 맡게 된 우리나라의 외교적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안보리 의장국은 알파벳 순서로 1개월씩 돌아가며 맡게 되는데, 비상임이사국으로서 2년 임기 중 두 차례 정도 의장국을 맡을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조차도 9월에 의장국을 맡는 것은 확률적으로 드문 일이며, 특히 우리나라가 1991년 유엔 가입 후 총 6회의 의장국 기회 중 9월 의장국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안보리 의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 역시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이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은 여러 가지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첫째, 기조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외교 방향과 목표를 국제사회에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 유엔 총회 개막 후 첫 주에 진행되는 각국 정상들의 15분 기조연설은 자국의 외교 기조와 국가 정책을 압축적으로 발표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9월 23일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이 경험한 민주주의 위기 극복과 회복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는 한국의 관심사 위주로 연설이 진행되었다면, 한국의 국제 위상 증대로 인해 이제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입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선진국으로 나아갈수록 한국의 관심사와 세계의 관심사가 일치하는 지점이 많아짐을 시사한다.
둘째,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분명히 할 기회를 갖게 된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은 유엔 회원국 중 약 3분의 1이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이사국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되면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다시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안보리 토의에서는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칠 수 있는 기회와 도전을 논의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기후변화, 사이버 테러 등 과거 안보리가 다루었던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이어, AI 관련 문제는 현재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이며 미래 세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토의가 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개최되는 이번 유엔 총회는 국가 간 단합이 절실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 대통령은 총회 및 안보리 회의 외에도 유엔 사무총장 면담, 양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다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강화되어 예측 가능한 국제질서가 자리 잡고, 각종 지구적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우리의 국익이 한반도를 넘어 인류 전체의 공존과 발전에 달려 있음을 인지하는 데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