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우리 경제가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정치적 안정에 힘입어 경제 심리가 개선되고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며 성장률 또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민생 회복을 위한 소비쿠폰 지급은 침체된 소비 심리를 되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위 기간 없이 곧바로 국정에 임한 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그간의 성과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전례 없는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더 깊이 있는 분석과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이 ‘산소호흡기’에 비견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 경제의 사례는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정부의 재정 투입이 경제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초기,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구조 계획법’을 통해 GDP의 8%에 달하는 1.9조 달러의 예산을 투입했다. ‘전례 없는 위기에 대한 전례 없는 대응’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이 정책은 실제로 2021년 2분기부터 소비 지출을 완전히 회복시키고 장기 추세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결과 바이든 행정부는 2000년 이후 역대 정부 중 최고의 연평균 성장률인 3.6%를 달성했으며, 정부 채무 관리와 가계 부채 감소라는 부수적인 성과까지 거머쥐었다.
반면,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GDP의 0.7%에 불과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가계 소비 지출은 GDP의 3.9%에 해당하는 79조 3394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러한 소비 부진은 2023년 이후 더욱 심화되어, 가계,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실질 가처분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 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으며, 정부 채무와 가계 부채는 급증하여 ‘전례 없는’ 4중고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이다. 이는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이라는 ‘자발적’ 경제 생태계 붕괴 상황을 초래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충격보다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새 정부에게는 위기를 관리하고 기회로 전환하는 역량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미 두 달간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에 시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소비 심리 지수 회복과 GDP 성장률 반등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특히 2분기 내수의 성장 기여도 급반등은 주식 시장의 빠른 반응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심리적 개선을 넘어 실물 경제의 확실한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가계 소득 강화를 통한 실물 경제 개선이 필수적이다. 현재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분기 가계 지출 부족분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에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 준비를 당부한 것은 이러한 상황 인식의 결과로 보인다.
더불어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를 위해 식음료, 에너지 등 생활 물가 안정은 시급한 과제이다. 2020년 대비 16.3% 상승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27.3%를 기록한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 상승은 서민층의 실질 소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소득 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면밀히 조사하고,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쿠폰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은 재정 부담으로 인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재정 부담 없이 정기적으로 사회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화가 민생 회복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 지표의 회복을 넘어, 경제 주체들이 다시금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발적’ 경제 생태계 붕괴 상황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