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 돌봄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과거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요양 시설은 어르신들이 존엄성과 사생활을 누리지 못한 채 ‘의미 없는 매일’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판 고려장과 같다는 어르신들의 절규로 대변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추진하며 돌봄 환경 개선에 나섰으나, 기존 시설의 한계와 현실적인 어려움이 지적되고 있다.
기존 노인 요양 시설은 의학적 치료와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에 치중하며, 어르신들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시설의 정원을 기준으로 운영되는 공동생활가정과 요양시설은 대부분 다인실과 복도형 배치를 통해 공간 효율성을 우선시했다. 이는 어르신들의 개인적인 공간을 침해하고, 사회적 관계 단절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시설 운영의 경제성을 고려하여 요양돌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했던 상황은 일정에 따른 식사와 활동 강요로 이어져, 어르신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생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즉, 보호받고 수용된 ‘병원 같은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니트케어는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된 인간 중심 돌봄 철학을 바탕으로,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구체화되었다. 유니트케어는 10명 내외의 소규모 그룹을 하나의 생활 단위(유니트)로 묶어, 각 유니트별로 맞춤형 요양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다인실, 복도형 구조를 개인실 및 거실 구조로 개선하고, 어르신들이 시설에서 ‘지내는’ 것이 아닌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 일본의 유니트케어 도입 사례에서는 어르신들의 침대 생활이 줄고 거실과 개인실에서의 활동 및 교류 시간이 증가했으며, 요양보호사의 업무 강도 감소와 함께 보다 세심한 돌봄 제공이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더 나아가, 유니트케어 시설은 지역 내 소규모 다기능 서비스 거점과 연계하여 요양 시설의 기능이 지역사회와 통합되도록 함으로써, 시설 생활 어르신들의 지역 공동체 유대감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보건복지부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제시하고, 2024년 3월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며 국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7월 제2차 시범사업을 위해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모도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전국에 약 6000개에 달하는 기존 장기요양기관이 모두 유니트케어를 직접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을 임차하여 운영되는 공동생활가정이나 개별 건물을 건축하여 운영되는 요양시설의 경우, 기존 편복도형 내부 평면 구성 변경과 개인실 중심 편성, 그리고 유니트 구성 및 케어를 위한 인력 배치 요건 충족이 쉽지 않다. 또한, 제한된 공간 내에서 집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시설 운영의 수익성을 유지 또는 증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할 때 밥 먹고, 내가 원할 때 활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집과 같은 환경에서 인간 중심의 돌봄’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이는 짜여진 시설 운영 일정에 어르신들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정든 집을 떠나 시설에서 지내야만 하는 어르신들의 삶에 맞춰 요양돌봄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의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은 매우 환영할 만한 정책이며,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조속히 정착되어야 할 사업이다. 다만, 전국에 확산된 기존 장기요양시설들이 유니트케어의 직접 적용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준유니트케어’라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가 유니트케어를 더 빠르고 쉽게 경험하고 그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또 다른 장소로서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하며, 어르신들의 ‘Aging in Place’, 즉 살아온 집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것을 실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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