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예우와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령화되는 국가유공자들의 증가로 인해 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 및 요양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지원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70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품격을 더하도록 예우는 더 높게, 지원은 더 두텁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의 보훈 정책이 이러한 약속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현재 우리 곁에는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생생하게 간직한 분들이 소수나마 생존해 계신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를 맞아, 이러한 살아있는 역사이자 지켜야 할 보배들을 위한 더 나은 노후 보장이 절실하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101세 오성규 애국지사와 100세 이석규 애국지사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제공해야 할 책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오성규 애국지사는 일제강점기 ‘주태석’이라는 가명으로 비밀 조직망을 만들어 항일운동을 전개했으며, 이석규 애국지사는 광주사범학교 재학 중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활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렀다. 이처럼 귀감이 되는 국가유공자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중대한 책무이다. 현재 보훈공단은 전국 8개 보훈요양원에서 1,600여 병상을 운영하며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으며, 최신 요양시설과 맞춤형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여 헌신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실현하고 있다. 또한, 중앙보훈병원, 부산보훈병원 등 6개의 보훈병원을 직접 운영하고 900여 개의 위탁병원을 지정하여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의료 시스템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새 정부의 보훈 정책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새로운 보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보훈공단 이사장은 보훈 의료 시스템이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으면서도,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의 책임도 다해야 함을 강조한다. 광복 80년의 역사 속에서 국난과 어려움에 헌신하고 희생했던 분들, 특히 고령화된 국가유공자들의 특성에 맞춘 의료·요양 시스템 구축은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으로 인한 부상, 질환, 그리고 PTSD 등 정신적 상처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을 반영한다. 보훈공단이 구축한 급성기-요양-재활 통합형 의료 시스템은 고령화 사회 전체가 필요로 하는 의료 모델을 앞서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보훈병원은 전염병과 같은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공공의료 시스템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보훈병원들은 격리병상 운영과 백신 접종센터 역할을 맡으며 국민 건강의 최전선에서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또한, 지역 주민에 대한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을 통해 ‘보훈가족·국민과 함께하는 의료·복지서비스 전문기관’이라는 보훈공단의 비전을 실현하며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보훈공단이 직면한 과제 또한 명확하다. 전공의 사태 이후 의료진 수급 문제는 안정적인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책적 배려를 절실하게 요구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헌신 덕분에 현재의 서비스가 유지되고 있지만, 충분한 의료진 확보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보훈병원 이용 확대 역시 중요한 과제다. 국가유공자와 일반 환자는 진료비 정산 방식만 다를 뿐 동일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의 보훈병원 이용률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의료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보훈병원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보훈병원과 위탁병원 간의 촘촘한 진료 협력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환자의 중증도와 질환의 경중에 따라 보훈병원과 위탁병원이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면, 경증 환자는 위탁병원에서, 중증 환자는 보훈병원에서 적합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효율적인 의료 전달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가 보훈은 단순히 물질적·경제적 보상을 넘어, 불편함 없는 의료복지 서비스 제공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선양하는 보훈 문화 확산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고령화되는 국가유공자들이 몸으로 직접 느끼는 의료복지 서비스는 나라의 국격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오성규 애국지사가 고국으로 돌아와 기뻐하는 모습, 그리고 이석규 애국지사가 보훈요양원에서 보살핌을 받는 모습은 보훈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보훈공단의 헌신적인 의료복지 서비스 제공 노력이 더해진다면, 보훈공단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며, 이는 국가의 약속이자 미래의 희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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