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무게와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제기되고 있다.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윤서 주무관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직 생활을 이어오며, 초기 다짐과는 달리 민원 업무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감정적 소모를 경험하고 있음을 토로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소진 문제를 넘어, 공직 사회 전반에 걸쳐 ‘공무원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 주무관은 7년 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합격만 하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순수한 열정을 떠올린다. 당시 면접 자리에서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자신을 회상하며, 7년이 지난 지금 그 다짐을 지키기 얼마나 어려운 길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는 매일 증명서 발급, 전입 신고 접수 등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민원 업무를 수행하며, 출생 신고나 사망 신고를 접수할 때마다 민원인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업무에 대한 마음과 감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적인 어려움으로만 치부될 수 없는, 공직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김 주무관은 뜻밖의 경험을 통해 공무원으로서의 초심을 되새기게 된다.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었던 산불 근무에 참여하며, 읍장님을 포함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을 순찰하고 주민들에게 산불 예방 홍보지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업무에 대한 의식이 깨어났다고 전한다. 비록 마을 지리에 어두워 낯선 지역을 꼼꼼히 눈에 담아야 했지만, 성묘객들에게 산불 예방을 당부하며 공무원의 역할이 단순 민원 처리를 넘어 지역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데에도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 것이다. 또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각계각층의 성금 기부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가 서로 돕고 보듬는 공동체임을 재확인하고, 그 안에서 공무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이 사색하게 된다.
7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김 주무관은 마침내 공무원의 역할을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너편으로 나아가 서로 만나 돕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헌신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는 이제 벽을 더듬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던 과거를 뒤로하고, 강하고 튼튼한 돌다리가 되어 지역 사회 발전에 빠르게 기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김 주무관의 고민과 성찰은 공직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함께, 앞으로 공무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