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에서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을 주제로 한 제1회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가 열리면서, 한국 창극을 중심으로 동시대 음악극의 흐름과 현재를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극장에서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을 세계적인 음악극과 함께 선보인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한국 창극이 세계 무대와 교류하며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축제는 창극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국립극장 제작 공연 <심청>을 개막작으로 선보이며 시작되었다. <심청>은 효녀 심청의 고전적인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재해석되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4주간 해외 초청작 3편, 국내 초청작 2편, 국립극장 제작 공연 4편 등 총 9개 작품으로 23회 공연이 펼쳐지며,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해외 초청작 <죽림애전기>는 중국 월극을 바탕으로 하며, 가면을 쓴 배우들이 노래, 춤, 연기, 무술을 결합한 화려한 공연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홍콩 아츠 페스티벌의 의뢰로 제작되어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위나라 말기에서 진나라 초기를 배경으로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도가 철학과 은둔의 미학을 통해 그려냈다. 이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홍콩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은 이번 축제가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문화 관광의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축제 기간 중 만난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죽림애전기>를 보며 가정과 국가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작품이 주는 깊은 메시지를 파악했다. 그는 한국 문화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이번 축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며, 특히 창극 중심의 주제 아래 중국의 월극, 한국의 창극, 일본의 노극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문화 교류의 장을 이루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한국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이 세계화된 시각과 문화 수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선진국의 장점을 흡수하여 문화적 할인율을 낮추고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점을 한국 문화의 특징으로 꼽았다. 호곤 씨는 이번 축제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어 세계적인 음악극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며, 향후 한중 문화 교류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은 조선 말, 여성으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정수정의 서사를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시대, 여성으로서 겪는 고충에도 불구하고 남장을 하고 과거 시험에 도전하는 정수정의 이야기는 당시 여성들의 애환을 담고 있으며, 한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연 관계자는 국립극장의 국립창극단 외에 민간 단체가 참여할 수 있었던 이번 공연이 더욱 의미 있었다고 전하며, 앞으로 이러한 교류와 소통, 협업의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계 음악극 축제>는 ‘동아시아 포커싱’이라는 첫 번째 주제를 통해 동아시아 3개국의 전통 음악극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나아가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외에도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국립민속국악원 등 유관 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향후 다양한 해외 작품 초청과 국공립 및 민간 작품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 다채로운 음악극 형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또한, 관람객들을 위한 ‘부루마블’ 이벤트 등 즐길 거리 제공은 축제의 흥미를 더하며, 9개 도장을 모으면 받을 수 있는 한정판 축제 굿즈는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