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면 어김없이 남는 음식물 처리가 하나의 ‘문제’로 떠오른다. 푸짐하게 차린 명절 상차림의 여운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남은 갈비찜, 잡채, 전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현명한 방법이다. 이러한 명절 음식 남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박찬일 셰프는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라는 두 가지 창의적인 레시피를 제안한다.
이번 추석은 사과와 배가 잘 익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추수에 감사하고 조상을 기리는 명절 본연의 의미에 ‘맞춤’하다고 박찬일 셰프는 평한다. 과거에는 고기가 귀해 명절에도 소고기 국이나 산적이 고기의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잘 사는 집에는 명절에 소갈비찜이 올라왔으며, 이는 매우 귀한 음식으로 여겨져 60, 70년대 신문 기사에는 갈비 품귀 현상에 대한 내용이 흔했다고 한다. 현재는 돼지갈비찜을 가정에서 즐기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소갈비찜은 명절 음식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갈비찜은 구이와 찜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되는데, 찜은 집에서 해 먹는 요리였다. 갈비찜 조리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간장, 설탕, 마늘, 양파, 파, 후추, 술을 넣고 하루 정도 냉장 숙성시킨 후 푹 끓이면 완성된다. 싱싱한 갈비라면 피를 빼는 과정을 생략해도 되며, 무와 당근을 추가해도 좋다. 무르게 푹 삶아 뼈가 쉽게 분리될 정도면 익은 것이며, 압력솥을 사용하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만 너무 오래 삶으면 살이 흐물거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갈비찜과 궁합이 좋은 잡채 역시 명절에 흔히 하는 음식이다. 명절 음식이 남았을 때, 특히 갈비찜 냄비에 앙념과 물러진 당근만 남아 있다면 ‘갈비찜 잡채볶음밥’을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남은 갈비찜의 뼈 같은 건더기를 추려내고 소스를 한 국자 떠내어 밥 한 공기와 함께 볶으면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된다. 여기에 고추장 반 큰술과 남은 잡채, 김가루를 추가하면 된다. 궁중팬을 달궈 갈비 소스를 넣고 뜨거워지면 잡채와 밥을 넣어 잘 섞어준다. 갈비 소스와 잡채에 기름이 충분하므로 식용유는 따로 넣지 않는다. 모든 재료가 잘 섞이면 고추장 반 큰술을 넣어 마무리한다. 신김치를 다져 넣어도 좋으며, 이 볶음밥은 맛을 보장한다고 한다.
명절의 또 다른 대표 음식인 전 역시 남기 쉬운 음식 중 하나다. 전을 다시 부쳐 먹어도 맛있지만, ‘전 두루치기’로 변신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루치기는 조림이나 볶음과 유사하지만 즉석 요리 느낌이 강하다. 이 요리의 재료로는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치킨스톡이 사용된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달군 후 다진 마늘과 파를 볶다가 캔 참치를 넣고 물과 치킨스톡을 조금 붓는다. 여기에 김치와 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고춧가루를 넣어 바글바글 끓이면 두루치기가 완성된다. 특히 두부전이 남았을 경우 더욱 맛있는 두루치기를 만들 수 있으며, 그냥 두부를 넣어도 좋다.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국물이 ‘짜글이’처럼 걸쭉해지면 된다. 전에서 나온 기름이 국물을 진하고 깊게 만들어준다. 박찬일 셰프는 이번 추석이 길지만, 이 두루치기를 먹을 때쯤이면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 박찬일 셰프
오랜 시간 셰프로 활동하며 음식 재료와 사람의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국의 노포 식당 이야기를 소개하는 일을 주로 해왔으며,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