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라는 개념이 단순히 문화 행사를 많이 개최하는 것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도시 정체성을 강화하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도시 정책이 발표되는 배경에는 지역 특색의 부재와 이에 따른 정체성 약화, 그리고 심각한 인구 유출 및 소멸 위기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25 문화도시 박람회에 참여한 37개의 문화도시 중, 제4차 문화도시로 선정된 대구 달성군과 경북 칠곡군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대구’와 ‘칠곡’이라는 지역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동성로, 수성못, 양떼목장 등 단편적인 요소에 그치며, 상당수의 대구 시민들조차 지역 내에서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가까운 부산이나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는 지역 고유의 정체성이 희박하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문화도시로 선정된 지 2년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 내에서 이에 대한 체감도가 매우 낮다는 점은 정책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박람회에 참가한 문화도시들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대구 달성군은 문화활동가 양성, 달성문화교실, 문화달성미래포럼, 청년축제 위터스플래쉬 등 세대별 맞춤 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 구축과 시민 주체의 참여를 강조하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들락날락 매거진’을 통해 타 지역보다 다채로운 소재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리고, 청년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방문객들을 위한 포춘쿠키 이벤트와 응원 메시지 남기기 등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타 지역 사람들의 생각과 바람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했다.
경북 칠곡군은 인문학에 초점을 맞춘 칠곡로컬팜투어, 우리동네 문화카페, 주민기획 프로그램, 칠곡인문학마을축제 등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인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수 구성했다. 특히,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될 ‘칠곡 문화거리 페스타’는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기획되어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했다.
더 나아가, <문화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밀양, 속초 등 각지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의 현장 이야기를 통해 문화도시 사업의 실질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밀양은 부산대학교 거점을 활용한 문화도시 마을 개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포럼에 참석한 4차 도시 관계자들은 없었지만, 이들 지역 역시 공통적으로 인구 유출 및 감소, 지역 소멸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화도시 사업들의 성공적인 적용은 지역 사회의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족들과의 대화를 통해 계명대 태권도 시범 공연 관람, 전통문화 체험, 마당극, 북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났으며, 특히 역사 중심의 문화 행사나 프로그램의 빈번한 개최에 대한 바람이 있었다. 또한, 인접한 지자체 간의 협력을 통한 프로그램 참여와 청년 축제 현장 방문 등 제4차 문화도시로서 발돋움할 달성군과 칠곡군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나타났다. 결국 문화도시의 밝은 미래는 시민들의 작은 관심과 방문으로부터 시작되며,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때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25 문화도시 박람회를 통해 문화도시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서울로 떠나온 후 고향이 문화도시로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깨달은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문화도시 선정 소식을 알리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앞으로도 제4차 문화도시인 달성군과 칠곡군, 그리고 다른 문화도시들의 행보를 꾸준히 응원하며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