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시설 중심의 획일화된 서비스 제공 방식은 어르신들의 사생활과 존엄성을 침해하고, 인간적인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점에서 출발하여, ‘집과 같은 환경에서 인간 중심의 돌봄’을 실현하기 위한 ‘유니트케어’ 도입 노력이 시급히 정착되어야 할 중요한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노인 요양시설은 주로 의학적 치료와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었다. 시설의 정원을 기준으로 9인 이하의 공동생활가정과 10인 이상이 함께 지내는 요양시설로 구분되었으나, 다인실과 복도형 배치가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사생활을 누리기 어려웠으며, 정해진 일과에 따라 시간을 보내며 ‘의미 없는 매일’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어르신들이 요양시설 입소를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인식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또한, 시설 운영자 입장에서도 법이 정하는 최소 인력 배치 기준과 수가 산정 방식 때문에 요양 돌봄의 최대 효율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다인실 배치, 일정에 따른 식사 및 활동 제공 등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던 문제점으로, 1980년대 초 미국에서는 노인 거주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간 중심 돌봄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일본 역시 1990년대 후반부터 10명 정도를 하나의 생활 단위(유니트)로 묶어 요양돌봄을 제공하는 유니트케어를 도입하며 집과 같은 환경에서 요양 서비스 제공을 시도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유니트케어’이다. 유니트케어는 요양시설을 10명 내외의 소규모 생활 단위로 나누어, 각 유니트별로 전담 요양 돌봄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시설은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환경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집과 같은’ 생활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기존의 다인실과 복도형 구조는 개인실 중심의 소규모 생활 공간 배치로 변화하고 있으며, 식사나 활동 등도 어르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개인실에 화장실과 세면대를 설치하는 등 사생활 영위를 위한 공간 구성 또한 강화된다. 일본의 유니트케어 시행 결과, 어르신들의 거실 및 개인실에서의 활발한 여가·교류 시간이 증가하고, 요양보호사의 돌봄 근무 강도가 감소하며 보다 세심한 요양 돌봄 제공이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유니트케어 시설로 전환되면서 감소한 입주 정원만큼 지역의 소규모 다기능 서비스 거점과 연계하여 시설 생활 어르신의 지역 공동체 유대감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제시했으며, 2024년 3월에는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는 등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7월 제2차 시범사업 운영을 위해 4월 중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로서 서둘러 정착시켜야 할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만약 유니트케어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장기요양시설은 더 이상 어르신들이 ‘하루하루를 견디는’ 공간이 아닌, ‘Aging in Place’를 실현하며 집과 같은 편안함 속에서 인간적인 존엄성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에 약 6000개에 달하는 기존 장기요양기관이 모두 유니트케어를 직접적으로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을 임차하여 운영되는 9인 이하의 공동생활가정이나 개별 건물을 건축하여 운영되는 30인 이상의 요양시설의 경우, 기존의 편복도형 내부 평면 구성 변경과 개인실 중심의 편성이 쉽지 않다. 또한, 유니트 구성과 케어를 위한 필요한 인력 배치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제한된 공간 내에서 집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시설 운영의 수익을 유지 또는 증대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실제로 요양시설에서 지내다 퇴소하여 집으로 돌아와 시설 대비 부족한 요양 돌봄을 받더라도 ‘내가 원할 때 밥 먹고, 내가 원할 때 활동하는 게 좋다’라고 말하는 어르신들의 인터뷰는 집과 같은 환경에서의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유니트케어의 직접적인 적용이 어려운 기존 시설들을 위해 ‘준유니트케어’와 같은 대안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가 유니트케어를 경험하고 그 필요성을 공감하도록 돕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하여 ‘Aging in Place’ 실현을 견인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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