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폭우로 지친 여름, 사람들은 무기력함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분위기 전환의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멀리 떠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때,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인근에 자리한 독립 서점 ‘가가77페이지’는 이러한 시대적, 개인적 어려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도서관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영화로 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일상 속 인문학적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전국 도서관에서 주로 진행되어 왔으나, 올해 ‘가가77페이지’에서는 독립 서점이 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가가77페이지’의 이상명 대표는 인문학의 본질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생각의 밭과 마음의 밭을 넓히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이번 ‘<영화로 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인문학적 주제를 친숙한 영화와 연계하여 다룬다. 12세 이상 관람가(일부 영화는 15세 이상)로 선정된 영화와 관련 철학, 문학 서적을 통해 수강생들은 다채로운 인문학적 탐구를 이어간다.
프로그램의 첫 번째 강연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관람한 후,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라는 유명한 메시지와 함께 자아 탐구 및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와 이인 작가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시간에서 참여자들은 ‘나를 깨운 문장’, ‘내 목소리를 찾아본 순간’ 등 다양한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다. 이는 단순한 영화 감상을 넘어, 인문학이 개인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이상명 대표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다린다며, 이 사업이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끄는 인문학의 가치를 실현한다고 말한다. 또한, 최근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인문학적 사고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역설한다. 인문학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도덕적 사고까지 가능하게 하는 근간이 된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출판 및 서점 업계의 어려움 속에서 ‘가가77페이지’는 책 판매를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상명 대표는 책방이야말로 다양한 문화를 담고 즐기며 실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라고 말한다.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이러한 독립 서점의 활성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동네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표어처럼 지역 문화와 책, 사람을 잇는 새로운 독서 문화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자 박근주 씨 역시 ‘길 위의 인문학’을 통해 영화와 책의 인문학적 사유를 자신의 삶에 연결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리듬감을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꾸준한 성찰과 대화 속에서 인문학적 깊이를 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전국 곳곳에서 인문학의 열기를 이어가며, 시민들에게 삶과 공동체를 위한 지혜와 통찰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