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27개 목적지를 대상으로 국가별 여행 자유도를 평가하는 헨리 여권지수가 만들어진 지 20년 만에, 과거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미국 여권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세계 최강국 지위를 누렸던 미국 여권은 이제 말레이시아와 함께 공동 12위로 하락하며, 최상위권 경쟁에서 밀려나는 낯선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헨리 여권지수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미국 여권의 상대적 약화가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선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강력한 힘을 자랑했던 미국 여권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헨리 여권지수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여권 소지자는 현재 전 세계 183개 목적지에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190개 이상의 목적지를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로 여행할 수 있는 일부 아시아 및 유럽 국가들의 여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특히, 미국 여권은 최근 몇 년간 상대적으로 더딘 비자 협상 및 여행 자유도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제 사회에서 국가 간의 관계 변화, 외교적 역학 관계, 그리고 각국의 비자 정책 수립 우선순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여권 파워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미국 여권의 순위 하락은 향후 미국 시민들의 해외여행 및 국제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2위로 밀려난 결과는 여권 파워가 국가 경쟁력과 시민의 편의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하지만, 183개 목적지라는 수치 자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여행 자유도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이를 ‘약화’로만 단정 짓기에는 성급할 수 있다. 오히려 미국이 새로운 외교적 전략을 통해 여권 파워를 재확보하고, 시민들에게 더욱 확대된 여행 자유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미국이 어떤 행보를 통해 자국 여권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 높여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