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정부 예산안은 단순히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인 재정 투입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지출 728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 기조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수요 변화와 인공지능(AI) 및 신산업으로의 재편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지출 확대는 국가채무 1415조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라는 현실과 맞물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이번 예산안이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2026년 예산안은 ‘방향 전환형 확장’이라는 명확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먼저, 성장의 핵심 동력을 AI와 첨단 신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다. AI 분야에서는 고성능 GPU 1만 5000장 확보와 300개 생활밀착형 제품에 AI를 신속히 이식하는 ‘AX 스프린트 300’ 프로그램 등을 통해 AI 예산을 3조 3000억 원에서 10조 1000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했다. 또한, R&D 투자를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000억 원으로 늘리고, ‘ABCDEF(AI, 바이오, 문화콘텐츠, 방위산업, 에너지, 첨단제조업)’ 분야 핵심 기술 고도화와 5년간 10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유망기업 스케일업 지원도 병행된다.
동시에 ‘모두의 성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에도 주력한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8세로 높이고,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하여 납입액 매칭 지원을 제공한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통해 24만 명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하며, 지역거점 국립대 육성에 4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지방 의료 및 교통 인프라 보강, 재난대응, 첨단국방, 한반도 평화 인프라 투자 확대도 추진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RE100 산단 및 분산형 전력망 구축, 전기차 전환지원금 지급, 녹색금융 확대 등 민간의 전환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정책도 포함된다. 문화·관광·콘텐츠 분야 투자와 지역사랑상품권 등 민생 보강 장치도 병행된다.
확장 재정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 또한 간과되지 않았다.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7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연례성 행사·홍보성 경비와 같은 경상비를 줄이고, 중복·저성과 사업 1300여 개를 정비하며, 의무지출 제도의 틈새를 손보는 방식으로 핵심 과제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줄일 것은 줄이고, 키울 것은 키우는’ 체질 개선 없이는 확장 재정이 곧바로 건전성 논란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번 예산안이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대한민국은 AI 전환과 R&D 확대를 통해 생산성 개선을 이끌어내고, 수출·투자의 회복을 통해 세입 기반을 견고히 하여 국가채무 비율 상승을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촘촘해진 사회안전망은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사회 전반의 안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빚을 내서라도’가 아닌 ‘빚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성장의 조건을 바꾸고자 하는 2026년 예산안은, 속도와 질의 균형을 통해 재정 불안을 키우는 비용이 아닌, 대한민국의 체질 개선을 위한 책임 있는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업 우선순위와 배분의 정밀성, 지역·세대 간 형평성에 대한 더욱 엄밀한 검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