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공 서비스의 상당수가 기본적인 ‘로그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사용자 경험 저하는 물론, 데이터 기반의 AI 전환 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AI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하는데,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체계가 부재한 현실이 미래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AI 시대를 맞이하여 ‘AI 전환’이 단순히 기술 도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 및 활용 역량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언급한 ‘로그(Log)’는 컴퓨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를 기록하는 것으로, 웹사이트 메뉴 사용 빈도, 페이지 로딩 시간, 사용자 이탈 지점 등 서비스 운영의 필수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하지만 많은 공공 서비스 웹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에는 이러한 로그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어떤 메뉴가 많이 쓰이는지, 서비스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이용자가 어떤 단계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이탈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로그 부재’ 현상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 사용자 편의성 개선이 어렵다. 어떤 메뉴가 많이 사용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에 맞춰 메뉴 배치를 최적화할 수 없다. 둘째, 서비스 품질 관리가 불가능하다. 페이지 로딩 시간이 지연되거나 오류가 발생해도 이를 감지하고 개선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3초 이상 걸리는 웹사이트의 경우 40%의 사용자가 이탈하며, 5초 이상이면 ‘죽은 사이트’로 간주된다는 통계도 있다. 셋째, 이용자의 불편이나 불만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 사용자가 특정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사이트를 떠나는 경우에도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 서비스 이용 시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는 명제 아래, 박 의장은 AI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데이터 기반의 작업 환경’을 제시한다. AI 비서가 공무원의 업무를 돕고, 과거 유사 사례 검색, 부처 간 시너지 제안, 회의록 기반 업무 및 일정 관리 등을 수행하려면, 이러한 모든 활동이 데이터로 축적되고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업무를 수행할수록 데이터가 자동으로 쌓이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AI 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클라우드 활용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더 스마트하게 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치 로그가 없는 웹페이지를 아무리 오래 운영해도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는 것처럼, 기본적인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의 AI 전환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공공 서비스의 ‘로그 부재’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결함을 넘어, 미래 사회의 핵심 동력인 데이터와 AI 활용 역량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