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2년 반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홍해 사태, 대만해협 위기설 등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성과와 향후 과제가 조명되고 있다. 국내 정치 및 민생 분야와 달리, 외교 분야는 국민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한미동맹의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격상이 두드러진 성과로 꼽힌다.
이러한 외교안보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핵심 문제로 부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파편화된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진영이 형성되는 등 예측 불가능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추진’이라는 비전 아래 외교안보 역량 강화에 주력해왔다.
윤석열 정부 임기 전반기의 가장 큰 외교안보 성과는 한미동맹을 명실상부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2023년 4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한미동맹’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자유,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서의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확대’, ‘굳건한 양국 공조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양국 협력의 진전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정상회담의 핵심 결과물 중 하나인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고 있으며, 특히 핵협의그룹(NCG) 신설을 통해 ‘한국형 확장억제’를 구체화했다. NCG는 기존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달리 핵 운용 관련 사안에 집중하여 한반도 상황에 맞춤형으로 핵 및 전략 기획을 심도 있게 협의하는 전문적 논의 체계다. 이는 북한 핵 대응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관여를 크게 확대하고,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정례적 전개와 연계하여 확장억제의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강화를 가능하게 했다.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은 ‘가치동맹’ 위에 ‘안보, 경제, 기술, 문화, 정보’라는 다섯 개의 기둥을 세우며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더 나아가, 2023년 8월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안보 협력 확대를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캠프데이비드 정신’은 3국 협력의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캠프데이비드 원칙’은 구체적인 협력 지침을 담고 있다. 특히 ‘3국협의 강화 공약’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3자 차원에서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함으로써, 한미일 안보 협력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약한 고리’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반면,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은 남북 관계의 경색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과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의 대남 ‘대적 투쟁’ 기조 지속,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에 따른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및 전면 파기 선언, 그리고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은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나아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복원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 체결과 맞물려, 한반도 유사시 군사 충돌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국제사회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을 조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후반기, 외교안보 환경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 한미동맹 및 대북정책의 불확실성, 경제·통상 관계의 조정 요구,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압박 강화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자유, 평화, 번영의 국가안보전략 추구를 통해 미국과의 가치 외교 공통분모를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유사입장 국가들과의 네트워킹 확대와 중견국 연대력을 활용하고,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균형과 탄력성에 기반한 유연한 전략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