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취임 100일을 맞이하며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초기 인사 논란과 8·15 특별사면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라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제 이재명 정부에게 남은 과제는 지난 100일간의 호평을 넘어, 앞으로 5년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출발선은 녹록지 않았다. 내수 경제 침체로 0%대 경제성장률이 예고되었고, 국제 통상 환경 악화와 껄끄러운 주변국과의 외교 복원이라는 난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특검 수사가 진행되며 정치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주어졌다.
역설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이 오히려 국민 통합적인 정국 운영을 강제하는 동력이 되었다. 취임 연설에서 ‘정의를 위한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를 약속하며 진영을 망라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국정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를 만족시키고 보수 진영을 포용하며 정권 교체의 효능감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절실한 과제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국민 통합을 향한 진심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용주의 기조는 인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보수 진영의 인재라도 능력만 있다면 적극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시민이 직접 공직자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도입하여 약 7만 4000여 건의 추천을 접수했고, 실제 공직자 선발에도 반영하는 파격을 보였다. 대통령 취임 초,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했던 상황에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여당 의원들을 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었다.
소통 강화 역시 이재명 정부의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취임 한 달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방향을 직접 설명하고, 국무회의 전체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여 정책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책 아이디어 수렴, 격의 없고 실용적인 국무회의 방식,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과정 공개 등은 국민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자로 나선 행보도 주목받았다.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 중재, 산업재해 발생 SPC 공장 방문 및 해결책 모색, 반복되는 산업재해 관련 국무회의에서 건설 면허 취소 등 구체적인 해결 방안 제시, 외국인 노동자 학대 사건 언급, 이태원 참사 유가족 면담, 산림청 책임 문제 지적 등은 국민들에게 새 정부의 효능감을 느끼게 했다. 다만, 이러한 ‘만기친람’ 리더십이 시스템 구축보다는 대통령 개인기에 의존한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나타났다. 취임 초기 한국갤럽 조사에서 64%의 긍정 평가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63% 수준을 유지하며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100일이 매끄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오광수 민정수석의 재산 증식 의혹 사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의 논문 표절 및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는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과거 당 대표 시절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들의 대거 중용은 보은 인사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지율 하락세를 보인 결정적 계기는 8·15 특별사면이었다.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을 사면한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하게 일었고,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뇌물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야당 정치인까지 사면한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지난 100일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호평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대는 앞으로의 5년이다. 현재의 우호적인 기대가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경제 지표는 다소 호전되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미흡하며, 높은 실업률과 구조적인 고용 불안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여당의 강경기조와 야당에 대한 지속적인 특검 수사는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보수 진영의 반발과 통합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과의 긴장 관계, 주변국과의 우호적 관계 구축 실패 가능성 등 외교 안보 분야의 난제도 산적해 있다.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대 진영을 설득하며 대화에 참여시키는 포용적인 리더십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새 정부의 노력에 많은 점수를 주었지만, 이제는 결과로 입증해야 할 때다.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곧 통과될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바탕으로, 눈에 띄지 않았던 장관들이 앞장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의 선의에 대한 호평은 100일까지이며, 이제는 실질적인 결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