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82일 만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성과 어려움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익 중심’ 외교 기조 속에서 한미 정상 간 굳건한 신뢰 구축과 구체적인 협력 성과 달성을 통해, 향후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배경이 존재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 예정되었던 양국 정상 간 첫 만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무산되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공개되는 시점과 맞물려 8월 중 정상회담 개최 보도가 나오면서, 두 정상의 첫 대면을 통한 관계 설정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 간 개인적인 신뢰와 유대감 형성을 이번 회담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트럼프 맞춤형 패키지’를 공들여 준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표명하며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한 금속 거북선, 황금 퍼터, 마가(MAGA) 모자 등 세심한 선물은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러브콜’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하며 ‘피스 메이커’,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협력을 제안한 것은 이번 맞춤형 전략의 백미였다. 이러한 치밀한 준비와 이재명 대통령의 노련함이 결합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하며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 협력할 것을 명시했다. 이는 향후 북미 관계 개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코리아 패싱’ 우려를 해소하고 ‘남북미 협상 2.0’을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비핵화 가능성을 높이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신뢰 구축과 더불어,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양국 간 협력 증대라는 또 다른 주요 목표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정부는 ▲경제·통상 안정화 ▲동맹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회담 결과 경제·통상 안정화와 동맹 현대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을,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지난달 말 합의된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회복해가고 있는 경제·통상 분야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투자, 구매, 제조업 협력 등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아직 세부적인 협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향후 후속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미 동맹의 현대화 측면에서도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동맹 발전 방향과 한국의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한반도 방위를 위한 우리 군의 주도적 역할 확대를 천명한 것은 미래형 전략 동맹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협력 분야의 확장은 조선 및 원자력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HD현대와 서버렛스캐피탈 간 선박 MRO 역량 강화, 조선소 현대화, 선박 공동 건조 등을 위한 공동 투자 펀드 조성이 논의되었으며, 두산에너빌리티와 엑스에너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 협력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조선, 원자력, 항공, LNG, 핵심광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이 구체화되었다.
이와 함께 양국 대통령 비서실장 간 핫라인 구축은 향후 경제, 안보, 관세 등 제반 분야에 걸친 양국 간 협의를 관리하고 촉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현안을 신속하게 다룰 수 있는 소통 채널 확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공세적인 대외 정책이라는 도전 속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한미 관세 협상과 한미 동맹 현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우리 국익이 충실히 반영되는지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의 치밀한 준비와 노련한 대응을 바탕으로 보다 대등하고 상호 호혜적인 한미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