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에서 치매는 개인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 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1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치매 환자가 기억을 잃어가는 고통뿐만 아니라, 가족들 역시 24시간 돌봄의 부담과 정신적 고통에 내몰리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치매라는 숙제’를 방증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료비 부담 경감, 돌봄 서비스 확충, 예방 교육 및 프로그램 확대에 힘쓰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전국 256곳에 운영 중인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무료 검진, 인지 재활, 가족 상담, 환자 돌봄 지원 등 치매 환자와 가족이 가장 먼저 의지할 수 있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맞춤형 사례 관리 모델이 전국으로 확대되어 개인의 생활 방식, 가족 구조,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한 더욱 세밀한 관리가 가능해졌다. 더 나아가 센터 내 ‘쉼터’ 운영 대상을 기존 인지지원등급 환자에서 장기요양 5등급 환자까지 넓힘으로써, 보호자들이 돌봄 부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24시간 돌봄에 지친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된다.
한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 방식도 치매 예방 및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도입된 ‘오늘건강’ 앱은 약 복용 알림, 인지 퀴즈, 두뇌 훈련, 걸음 수 및 수면 패턴 기록 등 다양한 건강 관리 기능을 제공하며, 필요시 치매안심센터와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이 앱은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기억을 지킨다’는 목표와 맞물려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비록 농촌 지역이나 독거노인의 경우 사용에 어려움이 있어 교육과 보급이 병행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오늘건강’ 앱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적 연대를 다짐하는 의미 있는 날이다. 정부 정책, 치매안심센터의 촘촘한 지원망, 그리고 ‘오늘건강’ 앱과 같은 디지털 도구들은 기억과 삶을 지키는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관리와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병이며,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할 때 “치매와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곧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일이며, 이는 치매극복의 날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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