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얼어붙은 경제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침체, 예측 불가능한 전쟁, 지정학적 불안정, 고물가, 고금리, 청년 실업,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등 산적한 과제들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 국민적인 정신건강 위기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자살률 통계는 우리 사회 전반의 무거운 마음을 반영하며, 학생들은 입시와 취업 준비에 지쳐 미래에 대한 확신을 잃고 있다. 예측성이 떨어지는 사회는 불안을 증폭시키고, 작은 자극에도 짜증과 분노가 폭발하는 일상을 만들고 있다. 노인들 역시 신체적 질병, 경제적 어려움, 정서적 외로움 속에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으며, 생산만이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갇힌 듯한 답답함으로 사회 전반을 감싸고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K-pop, K-drama, K-food를 통해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섰으며, BTS,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은 한국 문화를 세계 중심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문화적 성과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오랜 시간 축적된 창의성, 끈기, 노력의 결실이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정보통신, 의료, 교육, 치안 등 다방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해외에서 온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의 질서, 시민의식, 안전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밤늦은 시간에도 안심하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환경, 카페에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는 안전함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우리가 무조건적인 긍정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했을 때 분명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저력이자 특별함이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낮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너무 열심히, 너무 오랜 시간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우리는 정서적으로는 더 불안하고 고립되었으며, 쉽게 지쳐버리는 사회가 되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경제 성장이나 기술 발전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가치를 회복하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잠시 여유를 갖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는 한가한 소리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이루고, 독재를 넘어 민주화를 성취했으며, 가난 속에서도 자녀 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저력 있는 민족이다. 이러한 끈기와 저력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우리 민족 속에 깊숙이 자리한 ‘희망의 유전자’ 덕분이다. 이제 우리는 어려운 현실 앞에서 주저앉을 것인지, 아니면 수많은 위기를 이겨낸 ‘희망의 유전자’를 다시 꺼내 들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답은 분명하다. 우리는 할 수 있고, 이미 수없이 해냈다. 우리가 맞서야 할 것은 외부의 위협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마음속에 품은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이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정부가 아닌, ‘우리의 정부, 우리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 땅을 지켜온 국민의 희생과 열정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열정과 에너지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이 가진 창의성, 근면성, 공동체 정신은 지금 사회를 다시 한번 도약시킬 소중한 자산이다.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을 믿고, 국민은 정부의 진정성과 방향성을 신뢰할 때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희망의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고 햇살을 비추는 일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이제는 ‘혼자 버티는’ 시간이 아닌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옆에 있는 사람을 살펴야 할 때다. 내 옆에 지쳐 있는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나 또한 누군가의 손에 의지해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 속에 간직한 희망의 유전자는 오랜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슴 속에서 뜨겁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이제는 그 유전자를 다시 꺼내 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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