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직접적인 안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친절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 아파하는 이들이 많았다. SNS에는 그를 추모하는 수많은 글이 이어졌고, 그중 ‘따라가고 싶다’는 한 팬의 절박한 외침은 수많은 댓글을 불러일으켰다. “고인은 이런 일을 절대 원치 않을 거예요”, “상담을 받아보면 어떨까요?”라는 따뜻한 격려와 권유 속에서, 글쓴이는 ‘순간적인 마음에 잘못 생각했다’고 답하며 다행히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이 짧은 에피소드는 주변의 작은 관심과 적절한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자살 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지난 9월 11일, 자살 예방 주간(9.10.~9.16.)을 맞아 용산역에서 ‘2025 같이 살자, 같생 서포터즈 박람회’를 개최했다.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같생 서포터즈’ 학생들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주도한 이번 박람회는, 무겁고 민감하게 여겨지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행사는 하루 동안 많은 인파가 오가는 용산역에서 진행되었으며, 열차를 기다리거나 역을 지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박람회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나아가 주변의 관심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온정(溫情) 109’ 부스에서는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와 SNS 상담 창구 ‘마들랜’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109는 ‘한(1) 명의 생명도 자살 없이(0) 구(9)하자는 의미’로 기억하기 쉬운 번호로, 24시간 운영되는 전문 상담 전화로서 누구나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또한 ‘마들랜’은 ‘마음을 들어주는 랜선 친구’라는 의미를 담은 SNS 상담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더불어 자살 사후 대응 서비스의 일환인 ‘심리부검’과 같은 개념들도 퀴즈와 게임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소개되었다.
심리부검은 단순히 개인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넘어, 남겨진 유족들의 아픔을 보듬고 향후 자살을 예방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체계적인 조사 방법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심리부검 담당자에 따르면, 심리부검은 자살자의 가족 및 지인들의 진술과 고인 관련 기록을 통해 사망 전 심리·행동 변화를 검토하여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과정이다. 이는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라 자살 예방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 심리부검 참여자는 자살자의 가족, 동료, 연인, 친구 등 가까운 관계로, 사망 전 최소 6개월간의 행적에 대한 보고가 가능해야 하며 사별 기간은 3개월에서 3년 이내로 제한된다. 2~3시간의 면담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여 비용은 없다. 심리부검 과정에서 유족의 심리 정서 평가 결과서가 제공되고, 면담 완료 후 1주일 뒤 원격 체크와 1개월 후 애도 지원금(2025년 기준 30만 원/건)이 지원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연간 보고서 및 연구 보고서 발간, 교육 자료 개발, 정책 수립 등에 활용되어 자살 예방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번 박람회와 더불어, 지난 9월 12일 정부는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통해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발표하며 자살률을 2034년까지 17.0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자살 시도자뿐만 아니라 유족을 포함한 고위험군 집중 관리 및 기관 간 연계 체계 구축 등 주요 내용을 심의·의결했으며, 내년도 관련 예산을 708억 원으로 대폭 증액할 계획이다.
‘죽고 싶다’는 말 속에는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도와달라’는 외침이 함께 담겨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희망이 있다고, 힘내라고 섣불리 이야기하기보다, 상대방의 신호에 귀 기울이고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사회적 관심과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심리부검’이라는 사회적 해법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죽음의 원인뿐만 아니라 남겨진 이들의 아픔까지 보듬는 이러한 노력이 더욱 널리 알려지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온전히 닿기를 바란다. 이러한 다층적인 노력이 모여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더욱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About the Auth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