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굽이진 길을 따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다다르니 철조망과 경비초소, 경고문들이 마치 ‘휴전국’임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듯했다. 푸른 하늘 아래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북한 개성의 일상은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고, 통일 문제는 더 이상 나와 무관한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이곳은 단순한 나들이 장소를 넘어,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었다.
이러한 ‘가깝지만 먼 나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염원은 최근 발표된 2026년 통일부 예산안에서도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약 20% 이상 증액된 1조 2,378억 원 규모의 예산안은, 단순히 숫자에 머무르는 정책이 아닌 국민들의 삶과 연결되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남북협력기금은 1조 25억 원으로 확대되었으며, 이는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 사업, 문화 교류 및 국민 공감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 배분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예산안은 ‘체험 사업, 민간 통일운동, 통일 문화 교육’ 등이 새롭게 포함되어 국민들이 통일 관련 정책을 직접 ‘보고, 느끼는’ 기회를 대폭 확대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곧 오두산 통일전망대나 DMZ 탐방과 같은 현장 체험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정부 예산이 국민이 통일 문제를 ‘체험’할 기회를 넓히는 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예산은 ▲인도적 문제 해결(약 6,810억 원) ▲경제협력 기반 조성 ▲사회문화 교류 ▲국민 공감 확대 등의 분야에 배분된다. 인도적 지원 및 이산가족 지원에 막대한 예산이 책정되었으며, 교류 협력 보험 및 경제협력 대출 등은 남북 교류 재개 시 활용될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문화·체육 교류와 민간 교류 사업도 소규모로 반영되었으며, 통일 문화 체험, 민간단체 지원, 사회적 대화 프로그램 등은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용객이 DMZ 생생누리 방문 시 입장료를 반액 할인해주는 ‘DMZ 연계할인’은 이러한 체험 기회를 더욱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통일·안보 정책이 단순한 정부 문서 속 숫자가 아님을, 국민들의 삶 속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물론, 예산이 책상 위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체감되는 정책’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집행 가능성, 남북 관계의 흐름, 주민과 민간단체의 참여, 지역 인프라 정비 등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마주한 북한 너머의 풍경처럼, 눈앞의 풍경이 통일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공간들이 많아지고,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이 그 공간들을 지원하는 든든한 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