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는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을 넘어선 글로벌적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케이팝 분야에서는 블랙핑크, 세븐틴, NCT가 기존 기록을 경신했으며,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 Top 200 차트에서 7개 앨범 연속 1위라는 전례 없는 신기록을 세웠다. 멤버 중 호주 국적자 두 명을 포함한 이들의 성공은 언어 소통과 군 복무라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극복하며 향후 케이팝 그룹들의 안정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한 새로운 레시피를 제시하고 있다. BTS의 복귀와 더불어 케이팝의 미래는 더욱 밝게 전망된다.
이러한 한류의 열풍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 2000만 명 돌파라는 기록적인 수치로 이어지고 있다. 비록 일본, 중국, 프랑스의 관광객 수에 비하면 아직 세계 최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류의 강세는 한국 관광 산업의 밝은 미래를 예고한다. 한국을 미디어를 넘어 직접 경험하는 관광객 증가는 한류에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처럼 긍정적인 현상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거리에서 생중계되는 과격한 구호의 혐오 시위는 명동, 광화문 등 도심 곳곳에서 상시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은 거리에서 자신들을 향한 혐오적인 목소리를 직접 접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또한, 한류 콘텐츠 내부에서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표출되는 인종주의적 감수성과 이를 오해할 수 있는 표현들은 전 세계 한류 애호자들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케이팝 팬덤을 중심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젠더 표현 문제는 한국 콘텐츠가 기존의 지배적 남성성을 넘어선 부드러운 남성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 표현을 위한 일차 자료를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케이뷰티와 관련된 미백 논의는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으로 이어지며, 한국 콘텐츠는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성 정체성과 인종의 문제가 교차하며 올바름의 경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은 다소 소란스러울 수 있으나, 매우 건강한 발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 현상을 연구하는 가장 즐거운 지점은, 한류 소비자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픽션물들은 압축 성장 사회의 악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인간성 상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이는 선진국 시청자들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식민 경험, 전쟁, 분단 등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한국이 극복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찾고자 하는 새로운 가치는 돌봄, 연대,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으며,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이다. 한류가 만들어낸 매력은 콘텐츠 생산자에게도, 세계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미스터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과정은 언제나 위태로움을 동반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인종주의와 성차별이다. <오징어 게임>의 외국인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 재현이나 <청년경찰>의 연변 범죄자 집단 묘사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맞닿아 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이나 드라마 속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논쟁은 현실 속 미투 운동 및 퀴어 퍼레이드 논란과 연결된다. 명동에서 마주하는 과격한 혐중 시위는 미디어 문화로 한국을 접한 한류 팬들이 한국의 차별적인 현실을 극명하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은 한류를 ‘밑에서부터의 세계화’, 즉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더욱 선한 영향력, 배려와 연대의 태도, 돌봄과 겸손의 제스처, 그리고 크고 작은 공동체의 가치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는 케이팝 그룹과 팬들의 관계, <케데헌>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맥을 같이 한다.
한류는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만들어낸 비주류의 아름다움이며, 따라서 차별과 배제의 담론이야말로 한류의 최대 적이다. 홍 센터장은 한류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대해, 시장 축소보다는 우리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때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러한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한류의 미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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