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은 풍성하게 차려지지만, 종종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갈비찜이나 잡채, 각종 전 등은 명절이 끝난 후에도 냉장고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십상이다. 이를 단순히 다시 데워 먹는 것을 넘어,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시켜 명절의 여운을 다채롭게 즐길 방법이 있다. 바로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박찬일 셰프는 올해 추석이 ‘맞춤’하다는 표현을 쓰며 명절의 의미를 되새긴다. 추석은 추수를 감사하고 조상에게 봉양하는 절기이자, 그간의 고난을 이겨내게 해준 명절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추석 차례상에는 송편을 올리지만, 갈비찜과 잡채 등은 설 차례상과 큰 차이 없이 각 가정마다 준비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고기가 귀해 소고기 갈비찜은 명절에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으며, ‘갈비를 쟁여놓고 사는 집’은 부유함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갈비찜은 구이와 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 찜은 주로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돼지갈비찜이 대중화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갈비찜은 간장, 설탕, 마늘, 양파, 파, 후추, 술을 기본으로 하고, 기호에 따라 무와 당근을 추가해 푹 끓여내면 된다. 압력솥을 사용하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너무 오래 삶으면 살이 쉽게 부서지니 주의가 필요하다. 뼈가 쑥 빠질 정도로 익으면 적당하다.
이렇듯 명절에 빠지지 않는 갈비찜이 남았다면, 이를 활용해 ‘갈비찜 잡채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명절 후 냉장고에 남은 갈비찜 냄비를 열었을 때, 국물과 함께 부드러워진 채소만 남아 있더라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볶음밥 때문이다. 남은 뼈와 살점을 추려내고 갈비찜 국물 한 국자를 사용하면 일인분의 볶음밥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고추장 반 큰 술과 남은 잡채, 김가루를 더하면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된다. 궁중팬을 달궈 갈비 소스를 넣고 뜨거워지면 잡채와 밥을 섞어가며 볶는다. 기름을 따로 두를 필요가 없는 것은 갈비 소스와 잡채에 이미 기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추장을 넣어 섞어가며 마무리하고 김가루를 뿌려주면 된다. 고추장 대신 다진 신김치를 넣어도 별미다.
명절의 또 다른 단골 음식인 전 역시 남기기 쉽다. 이를 색다르게 즐길 방법으로 ‘전 두루치기’를 제안한다. 두루치기는 조림이나 볶음과 유사하지만 즉석 요리 느낌이 강한 음식이다.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치킨스톡을 재료로 사용한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파를 볶다가 캔 참치와 물, 치킨스톡을 넣는다. 여기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김치와 전을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바글바글 끓이면 두루치기가 완성된다. 특히 두부전이 남았다면 두루치기에 넣었을 때 더욱 맛있다. 일반 두부를 넣어도 좋다. 맛을 보고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국물이 적당히 짜글짜글하게 졸아들면 좋은데, 전에서 우러나온 기름 덕분에 국물이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이처럼 명절 후 남은 음식은 조금의 아이디어와 조리법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할 수 있다.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나갈 무렵, 이색적인 명절 음식 활용법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