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고 나면 흔하게 남는 음식들이 있다. 넉넉하게 마련한 갈비찜의 양념이나 조금 남은 잡채, 그리고 여러 종류의 전은 명절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지만, 이내 처리해야 할 과제로 다가오기도 한다. 단순히 데워 먹는 것을 넘어, 남은 명절 음식을 전혀 새로운 요리로 변신시키는 것은 이러한 음식물 적체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는 남은 명절 음식을 활용하여 색다른 맛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좋은 예시다.
추석을 앞둔 2025년 9월 12일, 대한적십자사 대구달서구협의회와 다문화가족이 함께한 추석맞이 차례상 차리기 행사에서 볼 수 있듯, 명절은 풍성한 음식을 준비하고 나누는 시간이다. 명절 음식의 중심에는 차례상 문화가 있으며, 이는 조상에게 차를 올리는 행위에서 유래했다. 명절 상차림은 집집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갈비찜이나 잡채 등은 많은 가정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과거에는 고기가 귀해 명절에도 소고기 국이나 산적 정도가 고기의 전부였지만, 점차 갈비찜은 명절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소갈비찜은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으며, 60, 70년대 신문 기사에서는 명절마다 갈비가 품귀 현상을 빚었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돼지갈비찜도 대중화되었지만, 소갈비찜은 여전히 명절의 특별한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갈비찜은 비교적 조리법이 간단하다. 간장, 설탕, 마늘, 양파, 파, 후추, 술 등을 넣고 일정 시간 숙성시킨 후 푹 끓여내면 완성된다. 무르게 푹 삶아 뼈가 쉽게 분리될 정도면 잘 익은 것이다. 압력솥을 사용하면 시간과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오래 삶으면 살이 흐물거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정성껏 만든 갈비찜이 남았을 때, 이를 활용한 ‘갈비찜 잡채볶음밥’은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냄비 바닥에 남은 갈비찜의 양념과 물러진 당근 등을 활용하여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뼈를 발라내고 남은 갈비찜 양념 국물 한 국자를 볶음밥의 베이스로 사용하고, 여기에 잡채와 김가루, 그리고 고추장 반 큰술을 더하면 일인분의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된다. 식용유를 따로 넣을 필요가 없는데, 이는 갈비 소스와 잡채에 이미 충분한 기름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단맛과 매운맛을 더해주며, 신김치를 다져 넣어도 색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명절 음식 중 또 다른 단골 메뉴인 전 역시 남는 경우가 많다. 남은 전을 다시 부쳐 먹는 것도 좋지만, ‘전 두루치기’는 전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 두루치기는 조림이나 볶음과 유사하지만 즉석 요리의 느낌이 강한 음식이다.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그리고 치킨스톡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파를 볶다가 캔 참치와 물, 치킨스톡을 넣는다. 여기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김치와 남은 전을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바글바글 끓여주면 된다. 특히 두부전이 남았다면 두루치기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으며, 두부를 추가해도 좋다.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면 ‘짜글이’처럼 깊은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전에서 우러나오는 기름기가 국물에 진한 풍미를 더한다.
이처럼 명절 음식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새롭고 맛있는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명절의 풍요로움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레시피다.
◆ 박찬일 셰프
셰프로서 오랜 경험을 쌓으며 음식 재료와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탐구해왔다. 전국의 노포 식당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 왔으며, 저서로는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