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굽이진 길을 올라 만나는 철조망과 경고문은 이곳이 ‘휴전국’임을 새삼 일깨운다. 바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야기다. 푸른 하늘 아래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북녘 땅을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단순한 나들이 장소를 넘어 자녀들의 ‘안보 견학’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북한 개성의 일상은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통일은 더 이상 나와 무관한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1층과 2층은 분단 역사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짚어보며 통일의 미래를 제시하는 전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2층의 ‘그리운 내 고향’ 전시실에는 실향민들이 그린 북녘 고향 그림 5,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 그들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한 ‘통일의 피아노’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분단의 상징인 DMZ 철조망을 현으로 사용하여 제작된 특별한 조형물이다. 전시실 곳곳에는 분단의 역사, 6.25 전쟁 자료, 남북 교류 관련 전시가 소개되어 있으며, 영상실에서는 통일 교육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야외 전망대에 서면 개성 시내와 북한 마을의 논밭, 건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멀리 보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불과 몇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개성 시내와 개풍군 마을 일대,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어, 북한이 가장 잘 보이는 전망대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 도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며, 연간 약 1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안보 견학지이다. 이날 기자는 망원경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 사이를 이동하는 개성 주민의 일상을 엿보며 ‘가깝지만 먼 나라’의 현실을 다시금 느꼈다. 이곳은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가능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인 것이다.
이러한 현장 경험과 더불어, 최근 발표된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은 멀리 있는 정책이 아닌 우리 삶과 연결된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대비 약 20% 이상 증액된 1조 2,378억 원 규모의 예산안은 남북협력기금 1조 25억 원을 포함하며,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 사업, 문화 교류 및 국민 공감 프로젝트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특히 체험 사업, 민간 통일운동, 통일 문화 교육 등이 새롭게 포함되어 국민들이 통일 관련 정책을 ‘보고, 느끼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산은 크게 인도적 문제 해결(약 6,810억 원), 경제협력 기반 조성, 사회문화 교류, 국민 공감 확대 분야에 배분된다. 인도적 지원은 이산가족 지원과 구호 활동에, 경제협력 기반 조성은 교류 협력 보험 및 대출 등을 통해 남북 교류 재개 시 활용될 토대 마련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문화 교류는 남북 간 문화·체육 교류, 민간 교류 사업 등이 소규모로 반영되었으며, 국민 공감 확대는 통일 문화 체험, 민간단체 지원, 사회적 대화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예산 항목들이 단순한 ‘정책 사업’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국민 공감 사업은 오두산 통일전망대나 DMZ 탐방과 같은 현장 체험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즉, 정부 예산은 국민이 통일 문제를 ‘체험’할 기회를 넓히는 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다. 더불어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용객이 DMZ 생생누리를 방문할 경우 입장료의 반액을 할인해주는 ‘DMZ 연계할인’은 이러한 체험 기회를 더욱 확대하는 좋은 예시이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마주한 북녘 풍경은 통일·안보 정책이 단순한 문서 속 숫자에 머무르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의 증액된 규모와 신규 사업들은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통일 문화 및 국민 체험 사업이 우리 삶 속에서 통일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다만, 예산이 책상 위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집행 가능성, 남북 관계의 흐름, 주민과 민간단체의 참여, 지역 인프라 정비 등이 함께 고려될 때 비로소 “체감되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맑은 날씨 속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처럼, 눈앞의 현실이 통일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정부 예산이 이러한 공간들을 지원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