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두고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반일·친중 정권이라는 일부의 우려가 존재해 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다룬 미국 주요 언론들이 그를 친중 좌파 지도자로 묘사하며 증폭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의 실용 외교가 지역 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과 미국 방문은 향후 5년간의 대외 정책 기조를 설정하고 한국 외교의 미래 환경과 전략을 결정하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도 불발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9월 유엔총회나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함께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되면서 한국 외교·안보에 있어 다행스러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과제는 한국 정부의 실용 외교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에게 한국을 일방적인 좌파 성향의 친중 정권으로 묘사하는 것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 미국인이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국의 위기의식은 한국 외교에 있어 전략적 부담이자 동시에 소중한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대중 견제에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한국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트럼프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인도태평양 전략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통상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만들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 한국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한편, 일본 이시바 정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간을 포함한 한일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활발히 해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이시바 총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에 대한 이시바 정부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이례적으로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나아가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행보다. 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 그리고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있어서도 일본과 협력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이재명 정부의 행보에 대해 미국 정계에서는 ‘매우 전략적이고 탁월하다’는 평가와 함께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반일·친중 정권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으며, 한국 정부의 실용 외교가 지역 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신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5개월 만에 가진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려 속에서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결정 등 생산적인 합의를 도출했던 것처럼,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양국 지도자의 결단과 지혜를 통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