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민원 창구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어려움은 단순히 의사 전달의 실패를 넘어, 서로의 감정과 생각이 엇갈리는 문제로 이어진다. 예상치 못한 오해와 왜곡된 말들이 오가는 상황은 마치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상대방의 입 모양만 보고 말을 유추해야 하는 ‘고요 속의 외침’ 게임과 같다. 민원인과 담당 공무원 모두 최선을 다해 소통하려 하지만, 때로는 그 말이 서로에게 진정한 ‘의미’로 닿지 못하고 흩어지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은 이러한 소통의 간극을 절감하는 경험을 했다. 가족관계등록 신고의 날을 맞아 사망신고, 출생신고, 개명신고 등 다양한 민원이 접수되었고, 특히 사망신고와 관련하여 상속 관련 서류 발급을 위해 창구가 더욱 바쁘게 돌아갔다. 사망신고를 마친 민원인은 고인의 제적등본, 전제적등본,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서류들을 발급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상속인이 여러 명일 경우, 본인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다른 상속인들의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해서는 위임장이 필수적이었다.
김 주무관은 민원인에게 인감증명서 위임장 서식을 건네며, 위임자가 자필로 작성해야 하며 추후 위임자의 신분증과 함께 가져오면 발급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민원인은 서류들을 꼼꼼히 확인하며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민원서식대에서 민원인이 위임장을 작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김 주무관은 아차 싶었다. 앞서 이루어진 안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민원인의 바쁜 사정은 이해되지만, 법규에 따라 위임자가 직접 작성해야 함을 다시 한번 안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인에 의해 작성된 위임장은 발급이 불가함을 명확히 전달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자신을 앵무새 같다고 느끼면서도, 민원인은 긴 한숨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이처럼 같은 공간, 같은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경험은 김 주무관에게 깊은 성찰을 안겨주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설명이 부족하거나 민원인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이라 자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점차 민원인과 공무원 사이의 소통에는 ‘말’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민원인은 관공서를 방문할 때, 필요한 서류를 얻고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이때 담당 공무원의 친절한 안내와 세심한 배려를 기대했을 것이다.
김 주무관은 과거 자신의 소통 방식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말이 너무 빠르거나 장황했을 수도 있으며, 소통에는 서로의 감정과 생각, 말투, 말의 빠르기, 높낮이, 그리고 표정과 같은 반언어적, 비언어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제 김 주무관은 말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말 너머에 있는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려 노력한다. 자신도 실수를 할 수 있고, 민원인 또한 지쳐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무엇이 서로에게 ‘헤드폰’을 씌웠는지 고민한다.
관공서 창구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복잡한 고민과 따짐보다는, 말보다 서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먼저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 주무관의 제언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통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태도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오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