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어르신들의 노후 돌봄 환경이 ‘집과 같은 생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노인요양시설이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서비스와 획일적인 공간 구성으로 인해 어르신들이 존엄성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의미 없는 매일’을 보내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건강 상태 변화 및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할 경우, 장기요양급여 등급 판정을 거쳐 요양 및 돌봄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어르신의 집에서 요양이 이루어지면 재가급여, 요양시설에서 이루어지면 시설급여가 제공된다. 시설급여는 정원을 기준으로 9인까지 생활하는 공동생활가정과 10인 이상이 함께 지내는 요양시설로 나뉜다. 그러나 기존의 노인요양시설은 의학적 치료와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에 중점을 두면서, 시설 내 어르신들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사생활과 존엄성을 누리지 못하고 TV 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많은 어르신들은 요양시설 입소를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느끼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공급자 중심의 시설 환경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집과 같은 생활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의 다인실 및 복도형 배치의 획일적인 평면 구성은 안정적인 개인 공간 중심의 소규모 생활 공간 배치로 변화하고 있다. 시설에서의 생활이 집과 같은 환경이 된다는 것은, 짜여진 일정에 어르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이 원할 때 식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평면 구성과 공간 배치 역시 사생활 영위를 위한 개인실과 공동생활을 위한 거실, 프로그램실이 집과 같이 구분되고 연계되는 구조를 갖춘다. 또한, 집과 같은 생활 지원을 위해 개인실에 화장실과 세면대 설치는 당연한 요소로 여겨진다.
이러한 공급자 중심 시설 환경이 불가피했던 배경에는 시설 운영자의 수익 확보와 법적으로 정해진 최소 인력 배치 기준, 수가 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요양돌봄 행위의 최대 효율을 추구하다 보니 다인실과 복도형 배치, 일정에 따른 식사와 활동 제공이 불가피했고, 이는 결국 어르신들이 대규모 집단생활의 병원 같은 환경에 수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과 일본 역시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노인 거주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간 중심 돌봄이 강조되었으며, 일본은 1990년대 후반 10명 정도를 하나의 생활 단위(유니트)로 묶어 유니트별 요양 돌봄을 편성하는 ‘유니트케어’를 시작했다.
유니트케어 도입으로 일본의 요양시설 생활 어르신들은 침대에만 누워 있던 상황에서 벗어나 거실과 개인실에서 활발한 여가 및 교류 시간을 증가시켰다. 또한, 요양보호사들의 돌봄 근무 강도가 감소하고 소규모 유니트 중심으로 보다 세심한 돌봄 제공이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 나아가 유니트케어 시설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입주 정원 감소분을 지역의 소규모 다기능 서비스 거점과 연계하여 시설 생활 어르신의 지역 공동체 유대감 향상에도 기여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의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에서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제시하고, 2024년 3월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는 등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5년 7월 제2차 시범사업 운영을 위해 4월 중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모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국 약 6000개에 달하는 기존 장기요양기관이 모두 유니트케어를 즉시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상가 임대 기반의 공동생활가정이나 개별 건물에 건축된 요양시설은 기존 평면 구성 변경, 유니트 구성 및 인력 배치 요건 충족, 제한된 공간 내 개인실·거실·프로그램실 조성, 그리고 이를 통한 시설 운영 수익 유지 또는 증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요양시설에서 지내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퇴소하여 살던 집으로 돌아온 어르신들은 시설 대비 부족한 돌봄을 받더라도 ‘내가 원할 때 밥 먹고, 내가 원할 때 활동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집과 같은 환경에서 인간 중심 돌봄이 실현된다는 것은 짜여진 시설 운영 일정에 어르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정든 집을 떠나 시설에 머무르셔야 하는 어르신께 맞추는 요양 돌봄을 의미한다. 국가의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며,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서둘러 정착되어야 할 사업이다. 다만, 전국에 확산된 기존 장기요양시설에 유니트케어의 직접적인 적용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준유니트케어’라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가 유니트케어를 더 빠르게 경험하고 필요성을 공감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또 다른 장소로서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하여 ‘Aging in Place’, 즉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