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콩나물국밥이 전라북도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콩나물국밥이 전북 지역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데에는 물 좋은 환경에서 재배되는 콩과 콩나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지역 특유의 음식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대중적인 음식이라는 인식 속에 숨겨진 이러한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는 많지 않다.
박찬일 셰프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음식은 지역의 문화와 살아가는 방식을 반영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분석을 시작한다. 그는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말씨, 차림새, 습속이 다르듯 먹는 방식 역시 미묘한 변주를 겪는다고 설명한다. 이는 중국 화교들이 시작한 짜장면이나 짬뽕의 지역별 차이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설령 음식 문화 통일을 위한 노력이 있더라도, 결국 각자의 고향 주방에 들어서면 본래의 맛을 고수하게 되거나 손님들의 “옛날 같지 않다”는 평가에 다시금 익숙한 레시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음식은 달라야 제맛을 내기도 하므로, 억지로 통일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콩나물국밥 역시 서울 등지에서는 ‘요리’로 인식되기보다 백반에 곁들여 나오는 기본적인 국 정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값싸고 건더기가 부족하며 미리 끓여두면 콩나물이 퍼져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라북도에서는 이러한 콩나물국밥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르다.
박 셰프는 전라북도에서 콩나물국밥을 주문할 때 겪는 독특한 경험을 상세히 묘사한다. 단순히 “한 상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수란 또는 날계란 선택, 오징어 첨가 여부, 밥의 토렴 방식 등 다양한 변주에 따라 주문 방식이 달라진다. 이는 가게마다, 동네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 현지인처럼 제대로 주문하기 위해서는 “여기는 어떻게 시켜요?”라고 묻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주인은 말없이 옆자리 손님이 안내해주는 방식을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주인은 매출을 올리고, 안내해주는 손님은 뿌듯함을 느끼며, 외지인은 제대로 음식을 맛보는 ‘일거삼득’의 경험을 선사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주 남부시장에서 경험한 콩나물국밥 조리 과정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문이 들어오면 투가리에 담긴 국을 내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늘과 매운 고추, 파를 손님 앞에서 직접 다져 넣어 즉석 양념을 만드는 방식이 소개된다. 미리 썰어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향이 살아나는 이 조리 과정은 영세한 식당에서도 정성을 다해 맛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주뿐만 아니라 익산, 군산 등 전북 지역 곳곳에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가게들이 즐비하며, “세 집 건너 하나는 콩나물국밥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비록 전날 과음을 하는 사람들이 줄고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시대이지만, 전북을 방문했을 때 콩나물국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맛있는 콩나물국밥집을 택시 기사에게 함부로 묻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전통의 명가뿐만 아니라 신흥 강자들이 즐비하여 기사님들이 즉답을 못하고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이는 외지인에게 온정을 베풀려는 마음씨도 있지만 그만큼 맛있는 콩나물국밥집이 너무 많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