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복합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남북 관계에서는 평화를 정착시키며, 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실용 외교를 펼치는 것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분단 체제가 안중근 의사가 꿈꿨던 동양 평화와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높은 문화의 힘을 실현하지 못한 이유임을 지적했다. 분단 체제는 단순히 남과 북을 가르는 것을 넘어 우리 안의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고, 분열과 배제가 아니라 포용과 통합, 연대와 상생의 정치로 분단 체제를 극복하자”고 선언하며,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평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며, 민주주의의 토대이자 경제 발전의 필수조건임을 역설했다. 역사적으로도 독재 정권이 전쟁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사례와 달리, 민주주의는 평화를 선호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평화와 민주주의의 깊은 상관관계를 조명했다. 또한, 평화로운 한반도는 경제 발전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한 튼튼한 땅이 된다는 비유를 통해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신뢰 구축의 중요성이 제시되었다. 이 대통령은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 있음을 강조하며, 전단 살포 중단이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같은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일상의 평화’를 접경 지역에 가져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지난 정부의 적대 정책으로 깊어진 불신을 해소하고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주변 환경 속에서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북미 대화의 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과제 해결은 더욱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 관계’로 규정하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주장에도 불구하고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잊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다. ‘특수 관계’라는 이중적 개념은 두 국가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체제 존중’과 ‘흡수 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은 남북기본합의서, 6·15, 10·4,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 등 기존의 모든 남북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는 과거 보수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합의이며, 다양한 이견 속에서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유지되어 온 통일에 대한 이해를 반영하는 지혜로운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핵 없는 한반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도, 이를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로 평가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국제 환경 변화로 협상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현재 북한이 남북 및 북미 대화를 거부하고 북러 관계에 의존하는 현실 속에서, 국제 질서의 변화를 주시하며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 나아가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 한일 관계에서는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새로운 지역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다. 공급망 혼란과 무역 질서 변동의 시기에 한일 양국의 상생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이를 통해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는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이다. 9·19 군사합의 복원을 포함한 긴장 완화는 북한에게도 필요하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필수적이다. 북한이 북방 전략만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지금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회복력’, ‘평화의 정착’, 그리고 ‘유연한 실용 외교’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