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 일자리 감소와 고령층 일자리 증가라는 극명한 대조를 드러내며 사회적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학업이나 취업 준비, 육아·가사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의 수가 2020년부터 40만 명대를 지속하며 노무현 정권 첫해인 2003년 대비 20만 명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청년 세대가 겪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청년 세대의 나약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쉬었음’ 청년 대부분은 최저시급 이하의 낮은 급여, 열악한 근무 환경, 사적 심부름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경험 있는 노동력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는 결코 ‘특별한’ 일자리가 아니라 연봉 2823만 원, 통근 시간 63분 이내, 야근 주 3.14회 이내, 개인의 성장과 경력에 도움이 되는 업무 등 ‘상식적인’ 수준의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러한 ‘상식적인’ 일자리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청년 일자리 부족 현상은 한국의 산업 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를 차지했던 제조업 일자리는 올해 8월 15%로 감소하였으며, 이는 일본이 약 50년에 걸쳐 진행한 탈공업화가 한국에서는 33년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되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한국 제조업은 미국이 만든 산업 생태계 내에서 생산 부문에만 특화하고 제품 설계나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사업 서비스는 선진국에 의존하는 ‘자기완결성을 결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형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1991년 92% 이상이었던 자영업자 평균 소득/급여 생활자 평균 소득 비중이 지난해에는 35%도 채 안 될 정도로 하락한 것은 이러한 소득 불평등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로 이어져 65세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 증가와 청년 일자리 감소라는 현재의 일자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8월 기준으로 청년 일자리는 1991~2025년 사이에 약 200만 개가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일자리는 368만 개 이상 증가하여 2005년부터는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추월했다. 이는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도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에서는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의 59%도 채 되지 않으며, 청년 일자리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령층은 은퇴 후 레드오션인 자영업에 내몰리거나 정부 주도의 일자리에 의지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청년들의 일거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기술 혁명, 즉 인터넷 및 IT 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생태계’의 개막, 플랫폼 사업모델 및 모바일 혁명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혁명’, 그리고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와 혁신 노력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3대 강국’을 향한 정부의 야심찬 목표는 과거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산업화 경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과거 ‘식민지형 산업화’와 달리, AI 시대의 ‘자기완결형, 선진국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 없이는 ‘AI 3대 강국’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자기완결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필수적인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의 인프라가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취약하다는 점과 더불어, 획일주의, 줄세우기,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을 양성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과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과 협력하여 전에 없던 답을 만들어내는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과거 제조업 생산 조직 문화에 익숙한 ‘위계와 경쟁’ 중심의 사고방식으로는 ‘분산, 이익 공유,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모델 문화와 이질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는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모바일 기기 제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도체 사업마저 AI 대전환 과정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며 2류 기업으로 전락한 이유에서도 확인된다.
결론적으로, AI 기반 산업체계의 대전환에서 인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AI 모델을 활용하여 뒤처진 플랫폼 사업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인재의 몫이기 때문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과 ‘쉬었음’ 청년들의 AI 교육 참여 시 생활비 지원을 포함한 ‘AI 전사 육성’을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한 배경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의 실패한 산업 정책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기존 시스템이나 기득권과의 ‘결별’이 필수적이다. ‘AI 전사’ 양성은 획일주의 교육 시스템과는 양립 불가능하며, AI 전사들의 새로운 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 결별해야 한다. 또한,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경제적 여유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쉬었음’ 청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생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기적 사회소득의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시드머니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