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찾은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굽이진 길과 철조망, 경비초소 등으로 둘러싸여 ‘휴전국’임을 절감하게 하는 곳이다. 푸른 하늘 아래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본 북한 개성의 일상은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통일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임을 일깨워준다. 이곳은 단순한 나들이 장소를 넘어,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가능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1층과 2층은 분단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짚어보며 통일의 미래를 제시하는 전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2층에 위치한 ‘그리운 내 고향’ 전시실에서는 실향민들이 그린 북녘 땅의 풍경 5,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 고향을 잃은 이들의 애틋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DMZ 철조망을 피아노 현으로 사용해 만든 ‘통일의 피아노’가 분단의 상징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전시실 곳곳에는 분단 역사, 6.25 전쟁 자료, 남북 교류 관련 전시가 소개되어 있으며, 영상실에서는 통일 교육 다큐멘터리를 상영하여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야외 전망대에서는 육안으로도 개성 시내와 북한 마을의 논밭, 건물을 볼 수 있으며, 망원경을 통해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개성 시내, 송악산, 개성 공업지구 일대까지 관찰 가능하며, 북한이 가장 잘 보이는 전망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울 도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연간 약 1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인기 있는 안보 견학지이다. 이날 기자가 망원경으로 본 자전거를 탄 개성 주민의 모습은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분단의 비극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최근 발표된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은 이러한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고 통일의 미래를 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보여준다. 지난해보다 약 20% 이상 증액된 1조 2,378억 원 규모의 예산은 남북협력기금 1조 25억 원을 포함하여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 사업, 문화 교류 및 국민 공감 프로젝트 등에 배분된다. 특히 체험 사업, 민간 통일운동, 통일 문화 교육 등 국민이 통일 관련 정책을 직접 ‘보고 느끼는’ 기회를 확대하는 신규 사업들이 예산안에 포함되었다.
구체적으로 예산은 ▲인도적 문제 해결(약 6,810억 원) ▲경제협력 기반 조성 ▲사회문화 교류 ▲국민 공감 확대 등의 분야에 책정되었다.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지원에 상당 부분이 할당되며, 경제협력 재개 시 활용될 토대 마련을 위한 교류 협력 보험 및 대출, 남북 간 문화·체육 교류, 민간 교류 사업 등도 반영되었다. ‘국민 공감 확대’ 분야는 통일 문화 체험, 민간단체 지원, 사회적 대화 프로그램 등을 포함하며, 이는 오두산 통일전망대나 DMZ 탐방과 같은 현장 체험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즉, 정부 예산은 국민이 통일 문제를 ‘체험’할 기회를 넓히는 자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오두산 통일전망대 방문객에게도 혜택으로 돌아온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용객이 DMZ 생생누리를 방문할 경우, 입장료가 기존 8,000원에서 4,000원으로 반액 할인되는 ‘DMZ 연계할인’이 제공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분단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통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마주한 북한 너머의 풍경은 통일·안보 정책이 단순한 정부 문서 속 숫자에 머무르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은 증액된 규모와 신규 사업을 통해 국민의 삶 속에서 통일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예산이 책상 위에서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책으로 집행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집행 가능성, 남북 관계의 흐름, 주민과 민간단체의 참여, 지역 인프라 정비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만 예산은 ‘체감되는 정책’으로 존재할 수 있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청명한 하늘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통일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했던 오두산 통일전망대처럼, 앞으로 더 많은 공간들이 통일을 향한 희망을 심어주고, 정부 예산이 이러한 공간들을 지원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