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하는 공간이다. 굽이진 길을 따라 철조망과 경비초소를 지나 도달한 이곳은, 찌는 듯한 무더위가 지나간 9월의 풍경 속에서도 ‘휴전국’임을 여실히 상기시킨다. 푸르른 하늘 아래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북한 개성의 일상은, 통일이 더 이상 나와 무관한 먼 이야기가 아님을 절감하게 한다. 이러한 분단의 현실 속에서, 최근 발표된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은 이러한 간극을 좁히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1층과 2층은 분단 역사를 되짚어보고 현재를 짚어보며 통일의 미래를 제시하는 전시로 채워져 있다. 특히 2층 ‘그리운 내 고향’ 전시실에는 실향민들이 그린 북녘 고향의 풍경 5,000여 점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고향을 잃은 이들의 애틋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한 ‘통일의 피아노’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DMZ 철조망을 피아노 현으로 사용하여 제작된 분단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전시실 곳곳에 배치된 분단 역사, 6.25 전쟁 자료, 남북 교류 관련 전시와 영상실에서 상영되는 통일 교육 다큐멘터리는 관람객들에게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필요성을 각인시킨다. 야외 전망대에서는 날씨가 맑을 때 개성 시내와 마을, 주민들의 생활 모습까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망원경을 통해서는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북한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약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과 연간 약 100만 명의 방문객은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가능성을 동시에 느끼는 살아있는 현장임을 증명한다.
최근 발표된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은 이러한 ‘가깝지만 먼 나라’의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국민과 더욱 가까이 연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담고 있다. 지난해보다 약 20% 이상 증액된 1조 2,378억 원 규모의 예산안은 남북협력기금을 1조 25억 원으로 확대하며,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 사업, 문화 교류 및 국민 공감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배분된다. 특히 이번 예산안에는 체험 사업, 민간 통일운동, 통일 문화 교육 등이 새롭게 포함되어, 국민들이 통일 관련 정책을 더욱 ‘보고, 느끼는’ 기회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예산 증액은 단순히 정책 사업의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같은 현장 체험은 국민 공감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는 정부 예산이 국민들이 통일 문제를 ‘체험’할 기회를 넓히는 실질적인 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산은 크게 인도적 문제 해결에 약 6,810억 원, 경제협력 기반 조성에 교류 협력 보험 및 경제협력 대출, 사회문화 교류에 문화·체육 및 민간 교류 사업, 그리고 국민 공감 확대를 위한 통일 문화 체험, 민간단체 지원, 사회적 대화 프로그램 등으로 배분된다. 이는 이산가족 지원과 구호 활동부터 남북 교류 재개를 위한 토대 마련, 문화·체육 교류 활성화, 그리고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사업까지 아우른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용객에게 DMZ 생생누리 방문 시 입장료 반액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DMZ 연계할인’은 이러한 현장 체험과 정책 연계의 좋은 예시이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마주한 북한 너머의 풍경은 통일·안보 정책이 단순히 정부 문서 속 숫자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의 증액된 규모와 신규 사업들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높인다. 특히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통일 문화 및 국민 체험 사업은 국민들의 삶 속에서 통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어떻게 형성할지 주목된다. 다만, 예산이 책상 위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체감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집행 가능성, 남북 관계의 흐름, 주민과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지역 인프라 정비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청명한 하늘과 함께 통일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했던 오두산 통일전망대처럼, 눈앞의 현실이 통일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정부 예산이 이러한 희망을 지원하는 튼튼한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