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도시 개발과 함께 필연적으로 발생했던 도시의 폐기물 처리 문제는 심각한 환경 오염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난제로 부상했다. 특히 1990년대 부천시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은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지역 사회의 큰 우려를 샀다. 이로 인해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강력한 반대 운동이 이어졌고, 결국 2010년 소각장 기능이 이전되면서 해당 시설은 가동을 중단하고 철거될 운명에 놓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버려질 위기에 놓였던 삼정동 폐소각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성공적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도시의 아픈 역사를 품은 공간이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거듭나는 도시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버려진 공간이 생명을 얻는 것과 같이, 과거 가난과 허기를 이겨내기 위한 서민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 이제는 일상적인 별식이자 우리 식문화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감자탕과 뼈다귀해장국은 개발도상국 시절의 애환을 담고 있는 음식으로, 과거 미군 부대에서 나온 돼지 뼈다귀와 알감자를 활용하여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러한 음식들은 큼지막한 수입산 돼지고기 뼈를 활용하여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게 즐길 수 있으며, 특히 깍두기와 양파, 청양고추 등 기본 찬과의 조화는 깊은 맛을 더한다. 뚝배기에서 팔팔 끓여 나오는 뜨겁고 자극적인 국물은 깊은 맛을 선사하며, 맑고 깨끗하면서도 산뜻한 맛은 기존의 기름진 국물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제는 외국인들도 깻잎과 들깨 향이 어우러진 감자탕의 매력에 빠져들며 K-푸드의 한 종류로 즐기고 있다.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공간이 예술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가난을 이겨내던 음식이 풍요로운 별식으로 변화했듯, 어떤 어려움이나 부정적인 요소도 오랜 노력과 지혜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천아트벙커B39의 경우, 33년 전 쓰레기 소각장으로 시작하여 2010년 폐쇄된 후 2018년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기까지 긴 시간 동안의 변화 과정을 겪었다. 소각로의 굴뚝 모양을 형상화한 나무가 소리와 색으로 가득한 숲을 이루는 벽화처럼, 과거의 흔적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희망과 영감을 준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아무튼 오래 견디고 볼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인내와 지혜를 발휘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