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간 눈부신 고도성장을 이루며 도시 개발과 산업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수많은 생활 폐기물들은 도시의 그림자가 되었다. 특히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 산업화의 물결과 함께 서울의 포화 상태를 피해 수도권 인근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부천과 같은 도시들은 급격한 인구 증가와 함께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며 ‘산업 현장’으로 변모했다. 당시 부천은 2000여 개에 달하는 공장이 밀집했고, 전국 인구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102.9%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서민들의 보금자리이자 일자리를 제공하는 핵심 도시로 발돋움했다. 이곳 원미동은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통해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이 그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의 이면에는 환경 문제라는 또 다른 난제가 존재했다. 1992년,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함께 삼정동에 설치된 쓰레기 소각장은 하루 200톤에 달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지역 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1997년, 소각장에서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의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결국 2010년 폐기물 소각 기능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면서 이곳은 폐건물이 되었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 운영되었던 소각장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하지만 버려질 운명이었던 이 폐소각장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이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33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새롭게 탄생했다. 거대한 굴뚝과 쓰레기 소각로는 이제 과거의 흔적일 뿐, 내부 공간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쓰레기가 하늘과 채광을 가득 끌어들여 다양한 각도와 높이에서 관람할 수 있는 ‘에어갤러리’로 변신했으며,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는 지하 깊숙한 곳에서 현대적인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쓰레기 반입실이었던 공간은 멀티미디어홀로, 펌프실과 배기가스처리장 등 기존 설비 기반의 공간들은 아카이빙실과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변모했다. 특히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은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이곳이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처럼 버려지고 잊혀질 뻔했던 폐산업시설이 도시 재생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들이 일상이자 별식이 된 것처럼, 과거의 아픔과 흔적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도시의 희망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부천아트벙커B39의 사례는 도시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새로운 문화와 예술의 동력으로 삼아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시 역시, 그리고 인간의 삶 역시 오래 견디고 볼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