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현상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려는 장용선 작가의 개인전이 현재 매스갤러리 청담과 한남점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The Great Cosmic Shower : 물 먹은 별’과 ‘Mystic Eclipse : 기울어진 달,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부제로 2025년 10월 28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22점의 조각 작품을 통해 작가는 우주와 생명의 근원을 탐색하며, 과학적 통찰과 예술적 감성을 결합한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배경에는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작가의 깊은 성찰이 자리하고 있다. 천체 물리학자들이 우주의 행성,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에서 생명의 기원을 찾으려는 연구는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들이 우주에서 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는 인류의 직계 조상이 우주에 존재하는 별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은 작가에게 생명의 본질이 우리 몸과 주변 생명체뿐만 아니라 광대한 우주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영역에 존재함을 인지하게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거대한 행성에 이르기까지, 어디에나 존재하는 생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작가의 핵심 화두가 되었다.
작가는 이 근원적인 질문을 ‘세포’라는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의 군집으로 형상화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절단된 파이프의 투과된 구조를 활용하여 세포의 형상을 구현하는데, 파이프 단면의 집적된 구조에서 세포 구성 배열의 시각적 특성을 포착했다. 이를 통해 파이프 단면은 세포를, 파이프의 배열은 생명체의 구조와 의미론적 맥락을 일치시키고자 했다. 이는 최소 단위의 모듈을 집적하여 미시적으로는 발아하고 분열하는 생명체 세포를 나타내는 동시에, 거시적으로는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 물질이나 행성 등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청담점에서 열리는 전시는 ‘물 먹은 별’이라는 주제 아래 연속성과 흐름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마치 물결처럼 이어지는 형태들은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구조를 이루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존재의 기원이 미세한 단위에서 출발하여 완성되며,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연대하는 부분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면, 한남점에서 선보이는 ‘기울어진 달, 떠오르는 태양’ 전시는 작가 자신의 내밀한 감각에 더욱 집중한다. 일상적인 감각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생기를 찾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엿보인다.
영원성에 가까운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물질을 사용하여 작가는 물성의 탐구를 심화시킨다. 철을 갈아내어 광택을 얻는 혹독한 시간을 거치고, 용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적인 다양한 색을 작품에 배치한다. 극지방의 오로라 같기도 하고, 그을린 자국 같기도 한 이러한 색상들은 특정 물성과 기법이 빚어내는 상호 관계 속에서 탄생한다.
조윤 큐레이터는 전시 서문을 통해 작가가 포착한 세포와 행성, 빛과 어둠의 알레고리, 즉 겉으로 드러난 통상적인 이야기와 깊숙이 숨겨진 상징적 의미가 장용선 작가의 미적 탐험과 심미적 바람에서 시작되는 조형 예술의 감각이자 근원이라고 평했다. 장용선 작가는 작업 노트를 통해 “나의 작업은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밝히며, 과학적 발견과 예술적 사유를 결합한 독보적인 탐구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