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딛고 6월 대선 승리 후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향후 5년간의 대외정책 기조를 설정하고 한국 외교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과 미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갖는 정상회담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반일·친중 정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한국 외교의 실용성을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는 이 대통령을 친중 좌파 지도자로 묘사하는 보도가 주를 이루며 백악관과 국무부는 한국 대선에 대해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이는 미국이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 확대에 대해 얼마나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에야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며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및 방미 정상회담은 한국 정부의 실용 외교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미국의 위기의식은 한국 외교에 있어 전략적 부담이자 동시에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대중 견제에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한국의 협력 없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제조업 부활과 인도태평양 전략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미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통상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한편, 일본 이시바 정부는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임을 강조하며 민간을 포함한 양국 간 교류와 협력 확대를 희망하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일본 방문에 앞서 이시바 총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에 대한 이시바 정부의 노력에 사의를 표했다. 이는 이례적으로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이재명 정부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및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 그리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일본과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이재명 정부의 행보는 미국 정계로부터 ‘매우 전략적이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 외교를 펼침으로써, 한국 정부가 지역 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신뢰 기반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5개월 만에 가진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테러 캠페인과 이라크 전쟁 참여 요구 속에서도 한국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 결정을 포함해 양국의 현안에 대해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던 사례처럼, 우려 속에서 진행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양국 지도자의 결단과 지혜를 통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