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공무원 시절, 면접관 앞에서 “가장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만큼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약속은 7년 후 읍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 업무를 수행하며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다짐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게 한다.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윤서 주무관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 시절의 막연했던 포부와 달리, 매일 증명서를 발급하고 전입신고를 받는 현실 속에서 처음 품었던 마음을 되새기며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김 주무관은 지난 4월 5일 치러진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 현장에서의 높은 응시율과 진지했던 분위기를 전해 들으며 7년 전 자신 역시 합격만 하면 어떤 어려운 일도 웃으면서 할 수 있고, 어떤 민원인을 만나도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나 7년이 흐른 지금, 그는 자신이 했던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었는지를 절감하고 있다. 때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깜깜한 동굴 속에서 벽을 더듬어 가듯 막막함을 느꼈던 때도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김 주무관은 동료 공무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혼자만이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위안을 얻었다. 신규 공무원 시절, 삶의 가치관과 지향하는 목표는 다를지라도 모두 처음에는 같은 마음으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을 그의 동료들은 말해주었다. 읍행정복지센터에서의 일상은 분주하다. 수많은 민원인이 오가며 서류 발급, 전입신고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한다. 때로는 출생신고를 받으며 훈훈함을 느끼기도 하고, 사망신고를 받으며 슬픔을 나누기도 한다.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김 주무관은 자신의 일에 대한 마음과 감정이 많이 무너져 있음을 느꼈다.
이러한 감정적 어려움은 예상치 못한 경험을 통해 추스러졌다. ‘심각’ 단계로 격상된 산불로 인해 주말에도 근무를 서야 했던 상황이었다. 팀원들과 함께 마을을 순찰하며 산불 예방 홍보지를 나누어주고, 성묘객들에게 조심을 당부하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것이 공무원의 당연한 임무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또한, 유관기관에서 이어지는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기부는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가 서로 돕고 보듬는 공동체임을 상기시켰다.
김 주무관은 7년간의 공직 생활을 통해 공무원이란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와 같다고 정의한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너편으로 나아가 서로 만나 돕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제 그는 벽을 더듬으며 느릿하게 걷던 과거를 뒤로하고, 가장 강하고 튼튼한 돌다리가 되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