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 연휴는 가족 간 화합의 시간이지만, 동시에 응급 의료 시스템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많은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위급한 환자들이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소방청의 노력은 분명 국민적 안도감을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한 과제들이 존재했다.
소방청은 이번 추석 연휴, 전국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중심으로 한 비상근무체계를 강화하며 응급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했음을 밝혔다. 이를 위해 연휴 기간 동안 20개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간호사와 1급 응급구조사 등 전문상담 인력을 204명(60.4%) 증원했으며, 수보대 역시 하루 평균 29대(34.5%) 늘려 운영함으로써 증가하는 상담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단순한 전화 응대를 넘어, 의료기관 병상 정보를 적극 활용한 병원 선정 지원을 통해 구급 현장과 의료기관 간의 긴밀한 조정자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질병 상담 및 응급처치 지도 기능을 통해 의료기관 이송이 불필요한 비응급 환자에게는 가정에서의 응급 대처 방법을 안내함으로써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추석 연휴 동안 119 상담 건수는 총 5만 6151건으로, 일평균 8022건에 달하며 평시(4616건) 대비 73.8%라는 괄목할 만한 증가율을 보였다. 가장 상담이 집중되었던 날은 추석 당일이었으며, 상담 내용별로는 병의원 안내가 59.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질병 상담 16.5%, 응급처치 지도 13.2%, 약국 안내 4.1%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의료기관의 당직 현황 및 병상 정보를 구급대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특히 생명이 위급한 중증응급환자 발생 시 이송 병원 선정과 연계 대응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강화했다. 이러한 유기적인 협조 체계 덕분에 20개 구급상황관리센터와 현장 구급대 간의 협력은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스템적 협력은 실제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결과로 이어졌다. 경북에서는 진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한 20개월 소아 환자와 7세 소아 환자를 서울·경기 지역의 진료 가능한 병원으로 선정하여 소방헬기를 통한 긴급 이송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충북과 전북에서는 조산 위험이 있는 임신부를 이송하고 구급차 내 출산을 지원함으로써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을 지켜냈으며, 전남 흑산도에서는 뇌혈관 질환 의심 환자를 해경과의 협력을 통해 육지 의료기관으로 이송, 골든타임 내 치료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인 대응 노력만으로는 명절 연휴 동안 발생하는 응급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자 상태에 따라 119구급대 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병원을 선정할 수 있도록 병원 선정 주체를 명확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장 구급대원의 신속한 병원 이송을 지원하고, 의료기관이 환자를 우선 수용하여 응급처치 후 필요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로 개선함으로써,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응급 이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많은 의료기관이 문을 닫은 긴 연휴 기간에도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협력으로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불안을 줄이고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이송체계 고도화와 관련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러한 제도적 개선과 정책 추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미래의 명절 연휴에도 국민들은 더욱 안심하고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