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이례적인 침묵이 감지되고 있다. 통일부는 이러한 북한의 행보가 지난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 이후 진행되고 있는 ‘통일 지우기’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과거 북한이 대선 결과를 통상 3일 내에 사실관계 위주로 공식 매체를 통해 확인해 왔던 관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선거 결과 발표 후에는 신속하게 관련 내용을 보도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라는 점에서 그 결과의 발표 방식이나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북한이 다방면에서 ‘통일’이라는 개념을 지우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이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 보고서 발간을 주권 침해라며 비난한 것에 대해 통일부는 ‘적반하장식 억지 주장’이라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북한의 이러한 비난이 지난 2023년 1월 다국적 모니터링팀 출범 당시에도 외무상 명의의 비난 성명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올해 2월에도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의 비난 담화가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번 북한의 대선 관련 침묵은 앞으로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분석된다. ‘통일 지우기’라는 명확한 기조 아래, 북한이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된 정책 기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